[극한호우의 시대]② 컨트롤타워 부재가 재난 더 키운다

김윤구 2023. 7. 1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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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등 책임 미루다 참사…지하차도·하천 관리주체 혼선
산사태도 관리 따로따로…"지자체 역량 강화 중요" 지적도
청주 오송지하차도 덮치는 흙탕물 (청주=연합뉴스) 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덮치고 있다. 2023.7.15 [지하차도 CC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jeonch@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사전에 위험이 경고됐는데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일어난 '인재'로 꼽힌다.

청주시와 충북도 등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던 탓에 재난을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이 범람 위기에 처한 지난 15일 오전 6시 34분 해당 지역 관할청인 청주 흥덕구 건설과에 전화를 걸어 주변 주민 통제와 대피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있는 지방도가 충북도 관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청주시는 게다가 위험정보도 충북도와 공유하지 않았다.

충북도는 CCTV로 지하차도를 모니터링했지만, 자체 매뉴얼에 따라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이상 차오르지 않아 차량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

유류품 수색 중인 오송지하차도 (청주=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8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희생자 유류품 수색을 하고 있다. 2023.7.18 dwise@yna.co.kr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지하차도 관리 주체가 누가 됐든 간에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가 다 연결돼 있다.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없다"면서 충북도나 청주시가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에 대해 "지하차도는 도 관할인데 행정중심복합청에선 청주시인 줄 알고 주민을 대피시키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혼란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도 사고 발생시간(15일 오전 8시40분) 1∼2시간 전에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를 한 차례씩 받았지만, 참사 전에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난 것이다.

하천 관리 주체의 혼선도 문제로 제기된다.

국토교통부가 수량 관리를, 환경부가 수질관리를 각각 맡아오다 지난해 1월부터 '물 관리 일원화'에 따라 재해예방을 포함한 하천 업무는 환경부로 넘어왔다.

미호강은 국가하천으로 관리 주체는 기본적으로 환경부다. 하지만 환경부는 국가하천 중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국고를 지원하면서 지자체에 위임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하천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고 하천 종류에 따라 관리 주체가 환경부와 지자체로 나뉜 것이 혼선을 키운 한 요소라고 말한다.

경북 예천군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 (예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예천읍 문화 체육센터에 폭우·산사태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이 마련돼 있다. 2023.7.18 image@yna.co.kr

이번 폭우 때 경북에서는 산사태로 20명 가까운 인명피해가 났다.

이를 놓고도 통합적인 재난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말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의 위쪽은 산림청, 산중턱 도로는 국토교통부, 아랫쪽은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가 따로따로 관리한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보지 못한다"면서 "이탈리아는 총리 산하에서 통합 관리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만 원장도 "산사태에선 컨트롤타워가 어딘지 모르는 거다. 재난재해는 다 연계해서 전체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자기 권한 있는 지역만 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국적인 재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조하기보다는 현장에 있는 지자체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방기성 방재협회 회장은 "중앙에서 톱다운 식으로 일사불란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축구에서 감독은 밖에 있고 선수들이 뛰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은 지자체다. 시군 단위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상만 원장도 "미국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에서 평소에 예방과 대비, 대응과 복구를 어떻게 하라고 계속 지원해주고 재난이 발생하면 지역이 우선 대응한다. 지역에서 감당 못 하면 FEMA가 나선다"면서 "재난은 지역에서 발생하므로 현장에서 작동하는 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재난관리체계를 예방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장은 "우리는 대응과 복구만 신경 쓰고 예방과 대비는 안 한다"고 했으며, 이 전 교수도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의 30%는 예방에, 70%는 복구에 쓰는데 선진국은 70%를 예방에, 30%를 복구에 쓴다"고 말했다.

폭우 속 계속되는 피해복구 (예천=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산사태 피해 복구에 나서고 있다. 2023.7.18 psik@yna.co.kr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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