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융자지원 정책에 건설업 소외… "법에 맞게 기준 바꿔야"

정영희 기자 2023. 7. 1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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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 915호'에 실린 '건설기업 경영 위기, 정책자금을 활용한 활로 모색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정책 자금 내 건설업은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있어 해당 대상에 건설업을 포함하는 과정을 통한 중소·영세 건설업체의 경영 안정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사진=뉴시스
고금리 여파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다수의 중소·영세 건설업체가 경영상 위기를 겪는 가운데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정책자금 지원을 통 단기적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현재 운용되고 있긴 하지만 건설업의 경우 소외되거나 제한적으로 수혜를 받고 있어 이 같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915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올해 들어 한국 건설산업은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일컬어지는 세계 경제 악화와 주택건설시장의 자금난, 건설 자재값·인건비 상승, 미분양 물량 적체와 건설수주 악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건설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 심각한 경영난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폐업 신고를 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1787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상반기(2163개사) 이래로 가장 큰 규모이자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6%나 증가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복수 면허 보유 기업의 일부 면허반납 ▲업종 전환등록에 따른 기존 면허반납 ▲개인사업자의 법인 전환 등의 사유로 실제 도산 등에 따른 폐업 간 통계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실질적인 폐업 기업 수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은 다수의 건설기업이 겪고 있는 경영상 위기 상황을 방증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국 건설업계는 약 99%에 달하는 기업이 중소기업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건설기업이 겪고 있는 경영상 어려움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업자금과 기업 운전자금 지원 등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됨.

정부와 지자체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전 산업 차원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운용 중이다. 구체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 중인 '중소벤처기업창업·진흥기금'과 지방자치단체별 '중소기업 육성기금'으로 구분된다. 중소벤처기업창업·진흥기금은 크게 혁신창업 사업화와 신시장 진출지원 등과 더불어 경영 애로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경영안정 지원사업(자금)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선정기업에 대한 융자사업 형태로 이뤄진다.

해당 지원에 있어 산업별 일부 업종이 융자 제외 대상으로 지정돼 있는데, 건설업의 경우 '산업 생산시설 종합 건설업'과 '환경설비 건설업', '조경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을 빼면 모두 이에 포함돼 대다수 건설기업이 정부 정책자금을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지자체별 중소기업육성기금 또한 정부 정책자금과 마찬가지로 선정기업에 대한 융자사업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사업 분야의 경우 지자체별 '중소기업육성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와 '중소기업육성자금 융자 지원계획 공고'에 따라 다양한 목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음.

그 중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경영안정자금은 지자체별 상이한 중소기업육성기금 지원사업 분야에도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공통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업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경영 위기 기업에 대한 '특례보증' ▲기업 운전자금에 대한 '이차보전' ▲자재비와 인건비 등 지급을 위한 '경영자금' 등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그러나 건설업은 정부 정책자금과 마찬가지로 다수 지자체에서 지원 제외 업종 또는 일부 세부 업종에 한해 지원 가능한 업종으로 지정하고 있어 건설기업이 해당 지원자금의 혜택을 받기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예컨대 전북과 전남은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활용한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건설업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대구·세종·충북·충남은 실제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는 건설기업으로 볼 수 없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식산업센터 건설사업자를 대상으로만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경기·경남은 정부 정책자금과 마찬가지로 '산업 생산시설 종합건설업', '환경설비 건설업', '조경건설업' 등만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지원 대상 업종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을 경영안정자금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 지역은 서울·인천·대전·경북·제주 뿐이다.

이광표 건산연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자체는 건설산업의 경우 중소·영세 기업이 99%에 달하는 점, 기존 정책자금 지원 제외 업종의 경우 건설업과는 달리 사행산업 등 지원이 부적절한 불건전 제조업이나 주점업 등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상이한 지원대상 운영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현재 소외되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대상 포함 여부를 다시 한번 면밀히 재검토·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소기업육성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통해 '중소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제조·유통·건설업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중소기업육성자금에는 이와 아예 다른 분야인 업종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조속히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연구워윈은 이어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창업·진흥기금과 지자체의 중소기업육성기금은 건설산업을 담당하는 국토부나 지자체별 건설산업 담당과(건설정책과 등)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져야 한다"며 "해당 기금 지원 대상에 건설업을 포함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책자금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나 지자체별 기업지원과 등과의 조속한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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