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충전기'에서 '빅데이터'를 노린다…고민 커지는 현대차
[편집자주]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당연히 커질 시장. 바로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다. 미래 먹거리 마련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빅데이터 수집을 위해 아예 충전기 시장 장악에 나섰다. 무선충전과 로봇충전 등 신기술에 눈을 돌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충전기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한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식 NACS 도입을 줄줄이 결정한 것의 배경에는 '데이터'을 노리는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노림수를 알고 있어도 미국 고속 충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4만5000여개에 달하는 슈퍼차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NACS를 사용해야 한다.
데이터 확보는 충전기를 통해 이뤄진다. 전기차 충전기는 단순 충전 역할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수집의 역할까지 한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슬라의 NACS 네트워크 확장 이유에 대해 "일론 머스크에게 빅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경쟁사 차량으로부터 배터리 충전속도 등의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자의 충전 패턴, 배터리 소모 속도, 배터리 설계를 비롯해 엔진 제어 유닛에 대한 정보까지 접근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앱'은 또 다른 데이터 수집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슈퍼차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배터리 상태 등을 표시해주고, 결제까지 진행하는 테슬라 앱이 필요하다. 테슬라는 이미 비(非)테슬라 유저가 슈퍼차저를 쓰려면 반드시 앱을 깔아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 미국·중국·터키·유럽 일대에서 테슬라 외 전기차에 슈퍼차저 이용이 가능하도록 시범 운영 중인데, 앱 사용과 계정 생성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휴대폰 앱을 통해 수집한 카드 및 동선 정보 등의 경우 향후 고객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합동충전시스템(CCS)을 고수하는 현대차는 테슬라의 노림수를 경계하면서 가볍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진행된 '아이오닉 5 N'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NACS 채택 여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SDV(소프트웨어 기반의 차량) 전환을 선언한 상황에서 차량·배터리·고객 관련 데이터를 경쟁사인 테슬라에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가 현대차 내부에 존재한다. 김흥수 현대차 GSO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에 참여하면 당장 많은 충전소를 쓸 수 있겠지만 많은 데이터와 부가서비스 등이 테슬라에 종속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과 연계한 부가적인 가치 창출을 할 수 없다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 자체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5·EV6 등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의 경우 800볼트(V) 초급속 충전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테슬라 슈퍼차저는 500V만 제공하는 것 역시 고민의 한 지점이다.
하지만 NACS를 무조건 멀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폭스바겐마저 NACS로 넘어가면 현대차가 사용 중인 CCS를 사용하는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몇 개 남지 않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조만간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와 같이 갔을 때 고객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충전효율이 효과적으로 나오는지 검증해야 하고, 테슬라도 우리를 도와줘야 할 것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치체스터(영국)=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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