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패권 노리는 '테슬라 제국'…충전기, 160조원 이상의 가치

최경민 기자, 정한결 기자, 이세연 기자, 세종=조규희 기자 2023. 7.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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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당연히 커질 시장.

바로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다.

미래 전기차 시장 장악을 위한 필수 요소로 충전기가 거론되는 이유다.

데이터 문제도 있지만, 전기차 확산 속도를 봤을 때 거대한 충전기 시장이 열릴 게 분명하기에 이를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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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충전기 헤게모니] ① 머스크의 야망과 160조원 규모 시장
[편집자주]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당연히 커질 시장. 바로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다. 미래 먹거리 마련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빅데이터 수집을 위해 아예 충전기 시장 장악에 나섰다. 무선충전과 로봇충전 등 신기술에 눈을 돌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충전기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한 셈이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전기차 충전기는 '주유기' 역할만 하지 않는다. 충전기를 통해 각종 '데이터'가 오가기 때문이다. 미래 전기차 시장 장악을 위한 필수 요소로 충전기가 거론되는 이유다. 이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첫 발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뗐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신들의 전기차 충전 규격인 북미충전표준(NACS) 채택과 관련해 폭스바겐 등을 접촉하고 있다. 벤츠에 이어 독일 업체의 NACS 네트워크에 추가 합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GM과 포드는 NACS 채택을 선언한 상태고 스텔란티스는 검토를 진행 중이다. 스웨덴의 볼보 역시 테슬라와 손잡았다.

이는 충전기 표준이 기존 합동충전시스템(CCS)에서 NACS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NACS와 CCS는 일단 겉모양부터 차이가 난다. NACS가 CCS보다 날렵한 모양으로, 더 가볍다. 기능적으로 보면 NACS는 한 개의 단자로 완속·급속 충전이 가능하지만 CCS는 그렇지 않다. 대신 CCS의 경우 350kW(킬로와트) 이상의 급속충전이 가능해 15분 정도면 완충할 수 있다. NACS는 250kW 수준으로, 완충까지 30여분 걸린다.

테슬라의 진짜 목표는 '데이터'에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NACS 충전기 구멍 5개 중 3개는 전력 공급용이고 2개는 데이터 수집용이다. 차종별 배터리의 상태, 충전속도 등의 정보를 모두 테슬라의 충전 스테이션인 슈퍼차저를 통해 수집할 수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를 쓰려면 모바일 앱도 필수적으로 깔아야 하는데, 이를 통한 마케팅 정보 획득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테슬라를 이끄는 머스크의 야망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파격적인 할인을 통해 판매대수를 끌어올리고, 완전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빅데이터를 모은다. 여기에 NACS 네트워크로 충전기와 앱을 확산시켜 차량과 고객에 대한 각종 정보까지 확보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사실상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전기차 헤게모니 장악이 종착지인 것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현대차그룹은 일단 CCS 방식을 유지하면서 NACS 채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질서에 마냥 편입될 수는 없지만, NACS 네트워크가 힘을 얻는 현실을 부정하긴 힘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세가 테슬라쪽으로 쏠리고 있지만, 데이터 유출은 분명 현대차가 꺼리는 지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문제도 있지만, 전기차 확산 속도를 봤을 때 거대한 충전기 시장이 열릴 게 분명하기에 이를 놓칠 수 없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10년 내 약 1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 외에도 SK, LG, 롯데 등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시그넷은 초급속 충전기(350kW 이상) 부문 미국 점유율 1위(50% 이상)에 오르는 등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무선 및 로봇 충전과 같은 미래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서는 중이다.

정부는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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