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차도 가보니…차단시설 설치 목표치 '절반' 수준

김예원 기자 박우영 기자 김기성 기자 2023. 7.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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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버스와 크고 작은 승용차가 끊임없이 오갈 정도로 이용자가 많지만 별다른 안전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차도 내부 양쪽에 나 있는 배수구, 입구 쪽 폐쇄회로(CC)TV 2대 정도가 눈에 띌 뿐 '지하차도 진입차단 시설' 안내판 등 침수 시 차량 진입 자체를 통제할 시설물들은 따로 없었다.

서울시는 출동인력 도착 지연 및 안전불감증 등을 우려해 2020년 침수위험 3등급 이상인 지하차도 20곳에 진입차단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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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만 설치된 곳 대부분…시민들 "불안하다" 호소
전문가 "이상 기후 등 고려해 지류 위주로 시설 재정비해야"
18일 서울시 동작구 동작지하차도로 차들이 오가고 있다. 2023.7.18/뉴스1 ⓒ News1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박우영 김기성 기자 = # 18일 오전 찾은 서울 동작구 동작지하차도. 출근길 버스와 크고 작은 승용차가 끊임없이 오갈 정도로 이용자가 많지만 별다른 안전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차도 내부 양쪽에 나 있는 배수구, 입구 쪽 폐쇄회로(CC)TV 2대 정도가 눈에 띌 뿐 '지하차도 진입차단 시설' 안내판 등 침수 시 차량 진입 자체를 통제할 시설물들은 따로 없었다.

동작지하차도는 직선거리 30미터(m) 거리에 반포천이 있어 침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8월엔 실제로 침수돼 차량 통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접근 차단 시설 등이 없어 폭우시 신속한 통행 통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모양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진입 통제 미비 등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울 지하차로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차례 폭우 참사를 겪은 서울시는 관내 지하차도 163개를 긴급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오송의 교통 환경이 완전히 같지 않아 비교가 어렵다면서도 기후 변화,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해 전반적인 수방 대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노들길 지하차로. 2023.7.18/뉴스1 ⓒ News1 김예원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노들길 지하차도는 2019년 서울시가 침수 위험을 이유로 배수시설 적정성 검토 대상에 포함한 지하차도 52곳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장에선 폐쇄회로(CC)TV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안전 장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을 지나던 택시기사 강모씨는 "폭우 시 서울 교통 통제는 잘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지하차도를 건너면 바퀴 쪽에 물이 찰랑거려 철렁할 때가 있었다"며 차량 진입 차단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출동인력 도착 지연 및 안전불감증 등을 우려해 2020년 침수위험 3등급 이상인 지하차도 20곳에 진입차단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2021년 9곳, 2022년 10곳에 차단 시설 설치 완료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침수 우려 지역으로 분류한 지하차도 87곳 중 차단 시설이 설치된 곳은 25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까지 39곳 설치가 목표였는데 실제론 절반 조금 넘게 도입이 완료된 셈이다.

지하차도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상 이변으로 인해 앞으로 폭우가 잦아질 것을 우려하며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해 동작구 폭우 수해 복구에 참여했다는 시민 조모씨는 "물이 허리까지 찰 정도로 비가 왔었다. 그때 동작역이 잠겼으니 지하차도도 침수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인근 지역도 안전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지하차도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임모씨는 "우리 가족도 지난주 궁평2 지하 차도를 지나온 적이 있어 너무 섬뜩했다"며 "인근에 중랑천으로 들어가는 실개천이 있다. 만약 거기서 물이 넘치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염곡동서지하차도에서 지하차도 진입 차단 시설이 시연되고 있다. 지하차도 진입 차단 시설은 호우로 인한 침수나 화재 등 지하차도 안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진입하려는 차량을 입구에서 차단해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가동된다. 2023.7.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시는 폭우 위험을 대비해 지하차도 내 CCTV뿐만 아니라 침수감지 장치, 수위계 이중 감시 등 여러 안전 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침수 시 원격 자동차단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의 불규칙성 등을 고려할 때 지류 인근 지하차로 중심으로 침수 관련 안전시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서울의 경우 동·서부 간선 도로 옆에 하천이 밀접해 설계 때부터 침수 대비가 잘돼 있을 것"이라면서도 "요즘 기후 변화로 집중 호우 등이 많이 발생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배수처리가 잘돼 있고 설계가 철저히 이뤄졌다고 해도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강 본류보다는 안양천, 양재천 등 침수 전적이 있는 지천 위주로 관련 설비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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