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서 車보험 패러다임 바꾼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 있다. 고금리, 고물가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 연이어 발생한 은행 파산은 '뱅크데믹' 충격을 남겼다. 새로운 금융 질서가 만들어지는 지금, 'K-금융'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꿈꾼다. 코로나19로 영업확장이 어려운 시기에도 국내 금융회사는 꾸준히 글로벌 영업을 확대했다. K-금융의 글로벌 성공 전략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왔다.
베트남에 처음 간 한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은 무법지대에 가까운 도로 풍경을 보고 놀란다. 신호등에 녹색불이 들어와도 수많은 오토바이는 보행자를 피해 다닌다.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보험사가 도로로 출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고가 나도 보험사를 부르지 않는 관행이 있어서다.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에서 이륜차보험의 손해율이 낮은 이유다. 손에 잡히는 혜택을 누려본 운전자가 드물다 보니 보험에 대한 불신도 심하다.
이런 베트남에서 DB손해보험은 고객의 신뢰를 얻어 자동차보험 점유율 1위 회사인 'PTI'를 탄생시켰다. DB손보는 8년 전 PTI를 인수했을 때부터 고객의 신뢰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최근 2개의 베트남 손보사를 추가로 사들인 DB손보는 현지에서 자동차보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리딩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DB손보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PTI를 점유율 5위 회사에서 '톱3'로 키웠다. 2015년 총자산이 2237억원이던 PTI의 올해 1분기 총자산은 4883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보험사 수익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손해율은 같은 기간 5%가량 떨어졌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낮을수록 보험사의 수익성이 좋아진다.
DB손보가 PTI를 성장시킨 전략은 '기본을 다지자'였다. DB손보가 처음 베트남 시장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PTI를 비롯한 현지 법인은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보상 업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조직을 두지 않고 오로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일에만 열을 올렸고 기존 고객은 방치했다. 고객 신뢰가 땅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DB손보는 현지 손보사 최초로 보상센터를 설립했다. 보상센터를 통해 고객이 더 쉽게 피해를 접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명확한 보상 기준을 만들었다. 한국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보험시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베트남에선 생경한 일이었다. 손보사의 존재 목적에 맞게 기본부터 다져나간 결과, PTI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보험사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손보사 3개를 경영하게 된 DB손보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우선 자동차보험 1위사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차별화된 이륜차보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베트남 손보 시장에서 이륜차보험은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지만 각 보험사간 상품의 차이는 거의 없다.
DB손보는 업계 최초로 1인 한정·가족 한정 이륜차보험을 선보여 상품의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다. 한국에선 운전자의 사고 위험율을 정교하게 측정해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베트남에선 운전자가 아니라 오토바이가 이륜차보험의 가입 대상이다. 가입 당시 오토바이를 기준으로 위험율을 따지다 보니 보험료도 일괄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보험사의 손해율 산정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DB손보는 가입 대상이 운전자 중심으로 바뀌면 가격과 보장 범위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자동차보험은 외형 성장 기여도가 크지만 돈이 되는 상품은 아니다. 특히 은행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보험 판매 시 많게는 70%에 이르는 방카슈랑스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DB손보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자동차보험 60%·기업재물보험 15%·건강보험 25% 등으로 균형을 맞출 계획이다. 현재는 자동차보험이 85%, 기업재물보험이 15% 정도다. DB손보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실손의료보험 등 건강보험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강욱 DB손보 베트남 법인장은 "자동차보험을 차별화해 상품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보험과 건강보험의 파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며 "자동차보험 중심인 베트남 손보사는 기업보험·건강보험 노하우가 부족하지만 한국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토대로 현지 법인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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