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날 비(飛)를 연상케 하는 집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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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지붕의 가장 특이한 조형적 특징의 첫번째는 직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계절별로 내리는 많은 비와 눈을 빨리 배수시키기 위해 평지붕이 없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여름과 겨울의 태양고도를 계산해 여름철 정오에는 벽면 전체에 그림자가 생겨 열기를 차단하고, 겨울철 정오에는 지붕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아 햇빛이 비쳐 따스한 온기로 한기를 극복할 만큼 처마를 내밀었다.
이런 비(飛)의 삶을 염원해 만든 건축 조형이 한옥의 지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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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지붕의 가장 특이한 조형적 특징의 첫번째는 직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두번째는 계절별로 내리는 많은 비와 눈을 빨리 배수시키기 위해 평지붕이 없다는 것이다. 한옥에 사용된 경사 지붕의 단면을 보면 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으로 직선보다 가속력이 커져 배수가 빨리 된다는 과학의 원리에 따라 곡선 처리했다. 세번째는 여름과 겨울의 태양고도를 계산해 여름철 정오에는 벽면 전체에 그림자가 생겨 열기를 차단하고, 겨울철 정오에는 지붕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아 햇빛이 비쳐 따스한 온기로 한기를 극복할 만큼 처마를 내밀었다. 한옥 지붕에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정신과 힘든 계절의 한계 조건을 극복하는 놀라운 창조적 과학과 지혜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조형적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에게는 예전부터 선비라는 개념이 있다. 천지인의 의미를 알고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기쁨·분노·슬픔·즐거움·사랑·미움·욕심의 칠정(七情)을 다스리기 위해 학문을 익히고 예(藝)를 즐기는 사람을 선비라고 했다. 선비는 ‘학(鶴)’을 표상으로 삼았는데 그 이유는 하늘을 향한 ‘비(飛)’의 삶을 살고자 하는 선비의 정신과 긴 목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며 흰 깃, 흰빛을 입고 하늘로 날아가는 고고한 학의 자태를 동일시한 것이다. 비(飛)의 삶을 살기 위한 기본적인 마음씨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인(仁),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의(義),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의 예(禮),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의 지(智)다. 이 네가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선비의 품격이었다. 이런 삶을 살고자 했던 선비에게 진정한 가난이란 물질적인 가난이 아니라 마음의 가난이며, 이 마음의 가난은 인간성에 대한 빈곤이라 여겼기에 주어진 분수에 만족하며 안빈낙도와 청빈낙도의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비(飛)의 삶을 추구했다. 그렇다고 비(飛)의 삶이 현실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절제된 소유로 정신적인 존재로 담대하게 살아가는 삶이다.
이런 비(飛)의 삶을 염원해 만든 건축 조형이 한옥의 지붕이다. 기와지붕의 옛말인 ‘디새’를 한자로 표기하면 ‘낙조(落鳥)’인데 그 뜻만 봐도 지붕을 새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한마리의 새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건물에 내려앉은 모습이 한옥의 지붕인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지붕의 치미와 막새에 새의 상징을 표현했다. 우리는 내일의 소망이 이뤄지기까지 하늘을 가슴에 품고 담대하게 살아가는 천인일체(天人一體)의 사상으로 비(飛)의 삶을 살았던 민족이며 그러한 비(飛)의 마음으로 지은 집이 한옥이다.
이규혁 건축가·한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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