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돈농가에 바이오가스 시설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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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들은 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3년 평균 돼지 사육마릿수가 2만마리 이상인 양돈농가 등을 민간 바이오가스 의무생산자로 지정하고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골머리를 앓는 음식물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돈농가에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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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들은 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가축분뇨의 살포에 대해 영양성분의 함량을 국가에서 제한하고, 살포 전 분뇨 내 총질소(T-N)와 총인(T-P), 부유물 함량 등에 대해 규제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축산농가들은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쳐 분뇨를 유기질비료로 자원화해 농경지에 살포하거나 분뇨를 정화 처리한 뒤 방류한다.
그런데 올 4월 환경부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바이오가스법) 시행령 제정안’을 내놓고 입법 예고했다. 문제는 3년 평균 돼지 사육마릿수가 2만마리 이상인 양돈농가 등을 민간 바이오가스 의무생산자로 지정하고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양돈농가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한 후 남은 물질을 살포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해야 하고 시설을 설치하면서 발생하는 민원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바이오가스는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이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혐기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가스를 말한다. 보통 가축분뇨만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없어 다른 유기성 폐자원도 함께 투입하는데, 국내에서는 주로 음식물 폐기물을 활용한다. 문제는 음식물 폐기물이 병원성 바이러스나 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 음식물을 외부에서 농장으로 반입할 때 양돈농가가 방역상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설 설치·운영을 위한 부지 확보, 주민 민원 해결 같은 문제를 오롯이 양돈농가가 떠안아야 하는 것 또한 문제다.
정부에서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설치 비용의 약 70%를 보조금으로 지원해준다는 유인책을 동원하면서 시설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양돈농가는 이같은 정부의 행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골머리를 앓는 음식물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돈농가에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과 달리 국내에서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사실상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EU에서는 양돈분뇨를 이용해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설치·운영할 때 분뇨 이외에 유기성 폐자원으로 감자 껍질, 채소 부산물, 과자 부스러기, 사일리지, 유통기한이 지난 주스 등을 사용한다. 덕분에 바이오가스 생산 후 남은 물질을 농경지에 살포해도 작물 생산에 아무런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는 다르다. EU와 달리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기성 폐자원이 부족하고, 음식물 폐기물이 거의 유일한 유기성 물질로 공급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음식물 폐기물에 대해 1t당 10만원 내외의 처리비용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주로 남은 음식물을 추가 투입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음식물 폐기물을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경우 높은 염분 농도를 지닌 악성물질이 남아 부산물을 농경지에 살포할 수 없고 소각도 어렵다.
환경부가 밀어붙이는 바이오가스법 시행령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현재 전국에 있는 100여개 이상의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이 가동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원인을 분석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한다면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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