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에 휩쓸리고 물에 잠기고 … 수마가 할퀴고 간 마을

유건연 2023. 7.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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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4시반쯤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비 때문에 잠들지 못했는데, 쐐쐐 하는 굉음이 들려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남편을 깨워 급하게 밖으로 나갔더니 순식간에 바로 옆 이웃집들이 집채만 한 바위와 나무, 토사와 함께 휩쓸려 가버렸지 뭐예요."

차를 높은 곳으로 옮기려다 간신히 몸을 피한 한용훈씨(62)는 "차에서 나와 마을 청년들에게 구조된 지 불과 2∼3분 만에 토사와 나무·바윗덩이들이 순식간에 집을 삼켜버렸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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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쑥대밭 된 경북 예천
상백마을, 4명 사망·1명 실종
집·사과밭 흔적 사라져 처참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상백마을 한복판을 산사태가 휩쓸고 내려가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새벽 4시반쯤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비 때문에 잠들지 못했는데, 쐐쐐 하는 굉음이 들려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남편을 깨워 급하게 밖으로 나갔더니 순식간에 바로 옆 이웃집들이 집채만 한 바위와 나무, 토사와 함께 휩쓸려 가버렸지 뭐예요.”

16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노인회관에서 만난 김춘자씨(64)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날 새벽 사고 상황을 생생히 들려줬다. 김씨는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눈앞이 아득하다”며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15일 새벽 산사태로 다섯가구가 토사에 휩쓸려 4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실종된 백석리 상백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마을은 토사와 돌덩이·나무로 뒤덮였고 집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반쯤 흙에 파묻혀 종잇장처럼 구겨진 차량과 농기계, 사과나무만이 집이 있었던 곳이라고 추측하게 할 뿐이었다.

주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던 사과원 일부는 토사와 지름 30㎝에 달하는 큰 나무에 쓸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황보성 백석리 이장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경”이라면서 “더이상 인명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예천읍에서 상백마을로 이어지는 은풍면 일대도 수마가 할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과원 4958㎡(1500평)가 산사태로 매몰된 이원희씨(77·은산1리)는 “1959년 사라호 태풍 이후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토사가 덮쳐 과원 전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하늘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하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은산1리에선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축사 한동이 완파됐고 도로가 유실되면서 현재 주민 2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백석리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인 감천면 벌방1리도 15일 새벽 뒷산에서 쏟아진 토사와 바윗덩이·나무들이 순식간에 덮쳤다. 농가 두채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논밭은 모래밭으로 변했다. 새벽 날벼락으로 2명이 실종됐다.

차를 높은 곳으로 옮기려다 간신히 몸을 피한 한용훈씨(62)는 “차에서 나와 마을 청년들에게 구조된 지 불과 2∼3분 만에 토사와 나무·바윗덩이들이 순식간에 집을 삼켜버렸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집에 있던 한씨의 형수는 16일 오후 기준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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