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에 1부 리그 입성… 늦깎이의 K리그 정복기
포항 스틸러스는 작년 연말 기준 K리그1(1부) 구단 연봉 지출액 순위에서 77억원으로 12팀 중 뒤에서 셋째였다. 예산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순위는 3위. 김기동(52) 감독 지도력과 효율적 선수단 운용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올해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2위(승점 41·11승8무4패)를 달리며 선두 울산 현대(승점 53)를 추격하고 있다.
그 효율적인 운용 대표 사례는 미드필더 백성동(32)이다. 작년 기준으로 리그 연봉 1~5위 선수들이 13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백성동은 그 3분의 1도 안 되는 연봉을 받고도 4골 7도움으로 대전 레안드로(28·브라질)와 함께 도움 공동 1위에 올라있다.
막판 승부 향방을 바꾼 결정적 도움도 많았다. 지난 4월 전북전(2대1 승)과 지난달 제주전(2대1 승), 서울전(1대1 무)에서 후반 추가 시간 ‘극장골’을 돕는 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포항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백성동은 “약속한 플레이가 잘 맞아떨어진 순간”이라며 “요즘 정말 재미있게 축구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성동은 K리그 1부 무대가 올해 처음이다. 그는 2011년 콜롬비아 U-20(20세 이하) 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질풍 같은 드리블을 선보여 ‘한국의 이니에스타’란 별명을 얻었고, 2012년 23세 이하가 참가하는 런던올림픽 축구에선 스물한 살 나이로 대표팀에 승선, 동메달 획득에 기여하면서 ‘특급 유망주’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소속팀(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은 2부 리그로 강등됐고, 2015년 사간 도스, 이듬해 V-바렌 나가사키 등 여러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journey man)’ 신세가 됐다. 점점 세간에서 잊혀 가는 중 2017년 한국으로 유턴(U-Turn)했다.
K리그 1부 여러 팀에서 제의를 받았지만 선택은 2부(K리그 2) 수원FC. “나를 가장 간절히 원하고 내 가치를 알아주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후 2부 리그에서만 6년을 보냈다.
수원FC와 경남, 안양을 거치며 K리그 2 6시즌 38골 21도움(193경기)을 기록한 뒤 올해에야 1부 리그(포항)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그는 “잘나갈 때 누군가 ‘넌 서른두 살이 되어야 1부 리그에서 뛸 거야’라고 했으면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일본에서 뛸 때 배운 팬 서비스 정신을 국내에서 다채롭게 구현하고 있다. 지난 4월 K리그(1·2부 포함) 2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다음 이전 소속팀(수원FC와 경남, 안양)에 감사 의미로 음료 200잔씩 돌렸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세 팀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포항에서 뛴 첫 두 경기에선 유니폼을 갖고 오면 자기 이름과 등번호를 무료로 새겨주는 이벤트도 벌였다. 1인당 3만8000원이 드는데 8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백성동은 포항 유니폼 가슴에 있는 별 5개(K리그 우승 5회)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팬들에게) 최고 선물은 골과 어시스트겠죠. 제가 프로에선 한 번도 우승을 못 해봤거든요. 포항 유니폼에 6번째 별을 달아주고 싶습니다.”
/포항=장민석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yundai Motor appoints 1st foreign CEO amid Trump-era shifts
- 법무부 “검찰 마약 수사권 확대 뒤 구속인원 95% 증가…치료·재활 지원에도 최선”
- 아들 떠나보낸 박영규, 가슴으로 낳은 딸 만나 “난 행운아” 눈물 쏟은 사연
- 한국계 미치 화이트+검증된 앤더슨...SSG 발빠르게 외인 선발 2명 확정
- 일본서 고래고기 4t 수십차례 나눠 밀수한 50대 ‘집행유예’
- 아내와 다툰 이웃 상인 살해하려 한 40대 남성, ‘집유’
- 첫 발탁, 첫 출전, 데뷔골… 한국 축구에 활력이 돈다
- 법원 “법정구속, 차량·키도 몰수”…상습 무면허 음주운전자의 최후
- 홍명보호, 전세기로 요르단행… 19일 팔레스타인전서 5연승 도전
- 시진핑 “한반도 전쟁과 혼란 허용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