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하는 ‘3연속 540도 회전’… “이번에 제가 보여드려요”
“콩쿠르의 기쁨은 경쟁 자체보다 미래를 함께할 친구를 얻는 과정에 있죠. 게다가 서울에서 생애 첫 심사위원을 맡게 되다니요!”
‘콩쿠르의 왕자’로 발레 경력을 시작했던 다닐 심킨(35)이 “젊고 뜨거운 무용수들을 만나면 여전히 설렌다. 첫 심사위원은 정말 특별한 의미”라며 환하게 웃었다. 조각 같은 외모의 이 남자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발레리노 중 한 명. 10대 때 세계 3대 발레 콩쿠르 중 불가리아 바르나와 미국 잭슨(IBC)의 그랑프리를 받는 등 최고 콩쿠르를 잇따라 휩쓸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서울국제무용콩쿠르(SIDC) 참석차 내한한 그를 지난 15일 서울 이태원에서 만났다. 심킨은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SIDC 폐막 월드 갈라 무대에서 직접 춤을 춘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그를 ‘바리시니코프의 재림’이라고, 뉴욕타임스는 ‘공중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불렀다. 세계 4대 발레단 중 하나인 미국 뉴욕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서 10년을 보내고 독일 베를린국립발레단으로 옮길 땐 뉴욕타임스와 발레 권위지 푸앙트 매거진 등이 그의 새로운 도전에 주목했다. 그는 “예술가에겐 계속적 자극이 필요하다. 어떤 장소든 더 이상 스스로에게 충격을 주지 못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던져넣어 자극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SIDC 월드 갈라는 바쁘게 세계를 오가는 다닐 심킨의 무대를 직접 눈앞에서 볼 흔치 않은 기회다.
심킨은 이번 공연에서 그의 시그니처 레퍼토리인 발레 ‘돈키호테’의 ‘바질’로 ‘3연속 540도 회전’을 선보인다. 세계에서 그 만이 유일하게 성공한 동작. “다른 대표 레퍼토리 ‘르 코르셰어’, 발레 무용수였던 아버지의 작품 ‘르 부르주아’도 보여드립니다. 서울 관객의 감상이 벌써 기다려져요.” 무대에서 춤출 때의 그는 손끝부터 발끝까지, 근육세포 하나하나 오직 발레만을 위해 누군가 빚어낸 움직이는 조각 같다.
“이질적 문화가 뒤섞이는 용광로” 같았던 베를린에서 그는 ‘스튜디오 심킨’을 설립했다. 가상현실(VR) 같은 신기술을 발레에 접목해, 객석과 무대가 분리된 극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3D 매핑을 사용한 무용 설치 작업을 했죠.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과 함께 클럽처럼 시끌벅적한 댄스 파티 한가운데서 프로 무용수들이 춤추는 공연도 만들었고요. 9월에 공개할 단편영화 ‘유일자(One)’는 영화 기술과 신고전주의 안무를 결합했습니다.” 그는 “춤이 실제로 아름답다는 것,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줄 수 있다는 것을 극장 밖 더 많은 청중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SIDC 참여를 계기로 한국 무용수들과의 협업도 생각 중이다. “K팝 그룹과의 협업, 왜 안 되겠어요.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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