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해설자로 변신한 이민아… “대표팀 최대 강점은 선수단 융화와 ‘지지 않는 축구’”
“월드컵 우승을 노리면 좋겠어요.”
베테랑 이민아(인천 현대제철)가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출전을 앞둔 동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선수단의 목표인 '8강 진출'에 자신의 바람을 한 스푼 더한 응원이다. 경남 창녕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그는 13일 본보와 만나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1차전 콜롬비아전 승리를 1차 목표로 삼고, 16강전 승리를 2차 목표로 삼는 식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을 건넸다.
대표팀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모두 담긴 발언이다. 누구보다 현 대표팀의 저력을 잘 알고 있는 장본이기에 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이민아는 지난해 말 대표팀 소집훈련 도중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벨호’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그만큼 현 대표팀의 장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표팀은 감독님의 전술을 토대로 ‘지지 않는 축구’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에서 최유리(현대제철)가 많이 뛰어주고, 중원에서 (지)소연(수원FC) 언니가 공을 잘 연결해준다. 수비진 역시 베테랑으로 채워져 있어 상대의 수를 잘 읽는다”며 “융화가 좋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표팀은 뛰어난 공수 조화를 바탕으로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2015 캐나다 월드컵 16강)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민아의 부재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2010 20세 이하(U-20) 독일 여자 월드컵 3위에 오른 ‘황금세대’의 일원으로, 10여 년간 지소연, 조소현(토트넘)과 함께 대표팀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해왔다. 특히 개인 능력만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는 ‘슈퍼 크랙’으로 꼽히는 선수다. 콜린 벨 감독이 월드컵 최종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민아를 콕 집어 “부상회복까지 시간이 부족했다. 본인뿐 아니라 우리도 실망감이 크다”고 언급할 만큼 그의 공백은 대표팀에 큰 타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최상의 몸 상태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결해보고 싶었다”며 “그래서 월드컵을 앞두고 ‘아픈 곳 없이 대회에 참가하자’는 개인 목표를 세웠다”고 운을 뗐다. 이같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그는 지난 시즌 W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힐만큼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만큼 대표팀 낙마가 더욱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재활 기간을 거쳐 경기에 복귀했는데 대표팀과는 시기가 좀 안 맞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비록 그라운드에 설 순 없지만 그는 SBS 해설위원으로 이번 월드컵에 참여한다.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배성재 캐스터와 호흡을 맞춘다. 그는 “나름대로 축구 보는 눈이 좋다고 자부하는데, 이를 문장으로 만드는 게 어렵더라”며 “남편(이우혁·경남FC)이 해설 연습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설자’ 이민아는 선수로서의 저돌적인 모습과 달리 냉철하게 한국이 속한 H조의 각 팀을 분석했다. 우선 대표팀에 대해서는 “공격을 나갈 때 파울이나 터치아웃으로 흐름이 끊길 때가 있다”며 “선수들이 원활한 움직임을 가져가면 좋은 찬스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상대인 콜롬비아는 “선수들의 힘이 좋고 수비도 거칠게 하는 팀”이라고 평가한 뒤 “전반전에는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갈 것 같지만, 이후 분위기를 가져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예상했다.
3차전 상대인 독일과도 “해볼 만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얼마 전 독일이 (4월 한국에 대패한) 잠비아와의 친선전에서 졌다”며 “그전에도 독일 경기를 봤는데, 득점력이 떨어지고 의외의 약점도 많이 보였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구체적인 약점을 묻자 “비밀”이라며 함구했다. 현역 선수의 눈에 비친 상대 허점은 해설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축구팬들은 이민아와 대표팀 동료들 간의 ‘케미’가 월드컵 중계에 색다른 재미를 불러올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실제로 8일 아이티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입틀막’ 세리머니를 했던 장슬기(현대제철)는 경기 후 “민아 언니가 세리머니 연습 좀 하라고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장슬기는 득점을 올린 후 본인도 놀란 듯 두 손으로 입을 가리는 세리머니를 했는데,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민아가 애정 어린 농담을 건넨 것이다.
장슬기의 모습이 해외에서 ‘깜찍한 세리머니’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자 이민아는 “축구 선수는 공 궤적을 보는 순간 골이 들어갈 것이라는 걸 안다. 의도된 ‘예쁜 척’이다”며 웃었다. 냉철한 경기분석 못지않게 위트 있는 입담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창녕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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