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남부 신사의 매너에 라틴어를 구사한 총잡이

최윤필 2023. 7. 1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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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서부에서 가장 위험한 총잡이"라 불린 독 홀리데이(Doc. Holliday, 본명은 John Henry Holliday, 1851~1887)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는 1879년 7월 19일 라스베이거스의 한 살롱에서 권총 난동을 부리던 전직 미 육군 정찰병을 사살했다.

그의 첫 살인이었다.

그는 서부 유일 라틴어를 구사하던 떠돌이 총잡이였고, 알려진 바 비열한 범죄에 적극적으로 연루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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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Doc. Holliday-1
서부개척시대의 전설적 총잡이 독 홀리데이의 복제 수배포스터. es.auction.co.kr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이름난 총잡이들은 대부분 악당이었다. 법의 경계도, 공권력의 기미도 희미했던 황무지. 거기선 악당들뿐 아니라 평범한 카우보이나 서민들에게도 정의보다 생존이 앞선 미덕이었고, 살아남는 자가 영웅이었다.
그런 정서에서 어두운 신화들이 탄생했고, 빌리 더 키드(1859~1881) 부치 캐시디(1866~1908), 버펄로 빌(1846~1917) 등 그 신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비열한 범죄자거나 잔인한 악당이었다. OK목장의 결투로 이름난 “정의의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1848~1929)도 관점에 따라서는 나머지와 크게 다르지 않던 무법의 총잡이였다.

“19세기 서부에서 가장 위험한 총잡이”라 불린 독 홀리데이(Doc. Holliday, 본명은 John Henry Holliday, 1851~1887)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는 조지아주 발도스타 시장과 교육감을 지낸 약사 집안에서 태어나 삼촌이 세운 펜실베이니아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였다. 하지만 20대 중반 무렵 당시 불치병이던 결핵 진단을 받은 뒤 치경(齒鏡) 대신 권총을 잡았고 숨질 때까지 남부와 중서부 거친 땅을 떠돌았다. 그는 1879년 7월 19일 라스베이거스의 한 살롱에서 권총 난동을 부리던 전직 미 육군 정찰병을 사살했다. 그의 첫 살인이었다.

그는 죽음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고, 그래서 결투에 겁이 없었다. 도박판을 전전하면서도 흥이 나면 피아노를 쳤고, 내키면 흠잡을 데 없는 남부 신사의 매너로 여성을 응대했다. 그는 서부 유일 라틴어를 구사하던 떠돌이 총잡이였고, 알려진 바 비열한 범죄에 적극적으로 연루된 적은 없었다.
술집이나 형장에서 건 부츠를 신고 죽음을 맞이하리라 입버릇처럼 말하던 바와 달리 그는 병상에서 숨졌다. 위스키 한 잔을 청해 마신 뒤 자기 맨발을 바라보며 “이거 재미있네”란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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