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기쁨과 행복을 팝니다" 글로벌 여행사 회장이 지목한 스타트업 트립비토즈의 정지하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라앉으며 부쩍 성장한 것이 여행업이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출국한 내국인 관광객은 약 76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3% 폭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도 347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1% 증가했다. 여행업체 또한 1분기 2만1,244개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분기 1만7,289개보다 늘었다. 특히 온라인 여행사(OTA)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곳이 2017년 창업한 신생기업(스타트업) 트립비토즈다. 호텔 예약에 강점을 가진 이곳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용자를 빠르게 늘렸다. 트립비토즈를 창업한 정지하(37) 대표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나 성장 비결을 들어 봤다.
영상 보고 전 세계 87만 개 호텔 예약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와 인터넷 홈페이지로 제공하는 트립비토즈는 호텔 예약부터 결제, 이용 후기까지 올릴 수 있는 숙박 예약 플랫폼이다. 특이한 것은 앱을 실행하면 바로 영상이 나온다. 트립비토즈로 호텔을 예약한 여행자들이 찍어서 올린 영상 후기다. 이용자들은 이 영상을 보며 호텔과 여행 정보를 얻고 예약까지 한다. 즉 이용자들의 영상 후기가 곧 마케팅 수단이다.
이는 정 대표가 창업 전부터 구상한 입소문 전략이다. "경쟁사들만큼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없어서 처음부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성장하는 차별화 전략을 세웠어요."
영상 후기는 영상을 좋아하는 20, 30대 MZ세대 이용자와 젊은 고객 유치에 목마른 전 세계 호텔들을 끌어들였다. "호텔들에 어떤 고객을 갖고 있는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미국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일본에서 압도적 1위여서 호텔들은 익스피디아와 계약하면 일본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생각해요. 중국 트립닷컴은 중국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죠. 우리는 영상을 많이 보는 젊은 층이 이용한다는 점을 전 세계 호텔들에 알렸죠.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해 전 세계 87만 개 호텔을 트립비토즈에서 예약할 수 있어요."
두 번째 전략은 가격 경쟁력 확보다. 정 대표는 이용자들이 싼 가격에 호텔을 예약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87만 개 호텔 가운데 15% 이상이 최저가입니다. 20, 30대 젊은 층이 이용하는 점을 강조해 호텔들과 낮은 가격에 협상했죠."
MZ세대가 트립비토즈에 올린 영상은 무려 52만 개다. "영상이 하루 평균 800개 이상 올라와요. 이용자들끼리 영상을 보며 가격과 여행 정보 등을 서로 묻고 답하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돼요. 여기에 인공지능(AI)이 영상을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추천하죠."
영상 올리면 현금 포인트 지급
정 대표는 영상과 함께 포인트를 이용한 '트립비토즈 생태계'를 마련했다. "영상을 올리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죠. 올린 영상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포인트가 더 쌓여요."
1분기 최다 포인트를 획득한 이용자는 약 780만 원어치를 받았다. "포인트로 여행 경비를 뽑죠.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는 대신 이용자에게 포인트를 주고 이용률을 높여요."
게임 요소를 도입한 '챌린지' 코너도 영상 확대에 일조했다. "챌린지 코너에 올라온 도전 과제를 수행하면 포인트를 더 줘요. 특정 지역에서 사진을 찍거나 특정 호텔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식의 과제를 주고 완수하면 특별 포인트를 주죠."
챌린지 코너는 수익원이기도 하다. 각국 관광청이나 기업들이 트립비토즈와 계약을 맺고 직접 챌린지 코너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와 홍보를 한다. 대표적인 곳이 싱가포르 관광청이다. "싱가포르 관광청은 특정 장소 7군데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면 가산점을 줘요. 기업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ESG)에 관심 많은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특정 장소를 도보로 이동하거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챌린지 코너를 마련하죠."
"여행은 금융업이다"
트립비토즈는 여행 스타트업이지만 항공권 예약보다 숙박에 집중한다. 현금 흐름 때문이다. "여행객들은 평균 출발 90일 전 호텔을 예약해요. 그 기간 동안 여행사가 호텔 예약비를 갖고 있죠. 그렇게 쌓이는 돈이 전 세계 25조 원 규모입니다. 온라인 여행사는 이 돈으로 성장해요."
그래서 정 대표는 여행을 금융업이라고 표현했다. "다라 코즈로샤히 전 익스피디아 회장을 만났을 때 익스피디아가 어떤 업체 같냐고 묻더군요. 여행업체 아니냐고 했더니 금융사라며 웃었어요. 바로 은행처럼 현금이 머물다 가는 것을 의미한 말이죠."
이용자가 트립비토즈에서 검색하고 호텔 사이트로 넘어가 예약해도 호텔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트립비토즈에서 직접 호텔을 예약하면 호텔로부터 숙박비의 13%를 수수료로 받죠. 검색만 하고 호텔 사이트에서 예약해도 숙박비의 12%를 호텔에서 수수료로 받아요. 객실 현황을 알기 위해 호텔 예약 시스템이 연동돼 있어 거쳐가도 자동 파악돼요."
반면 항공권 예약은 예약 즉시 항공사로 돈이 넘어간다. "항공권 예약은 항공사가 돈 버는 구조죠. 여기에 개별 항공사 앱을 이용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요."
덕분에 이 업체는 거래액이 연평균 129% 성장하며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실적은 거래액 810억 원, 매출 76억 원, 영업이익 22억 원이다. 전년 매출 25억 원, 18억 원 적자에 비하면 대폭 성장했다.
거래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거래액 목표는 1,450억 원입니다. 매출도 여기 맞춰 늘려야죠. 2025년 거래액 목표는 1조 원입니다. 해외 서비스를 늘리면 가능합니다."
코로나19가 전화위복
여행업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오히려 성장 기회였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전 세계 3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트립닷컴이 한국에 계속 비용을 투입하며 세를 넓혔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그들의 성장 전략이 주춤했죠."
이 시기 국내 온라인 여행사들은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 예약 취소하는 것을 보고 빠르게 국내 호텔 예약 서비스를 확대했죠. 당시 국내 호텔의 객실 점유율이 20%까지 떨어져 유리한 조건으로 호텔들과 계약할 수 있었어요."
정 대표는 과거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을 경험해 빠른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익스피디아 한국지사에 근무할 때 메르스를 겪었죠. 그때 여행객이 줄었어요. 일부 국가에 퍼진 메르스를 피해 비감염국으로 여행 수요를 늘려 위기를 넘겼죠. 이 경험 때문에 빠르게 방향 전환을 했어요."
덕분에 이용자가 많이 늘어 지난해 609만 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올해는 하루 평균 9만 명이 이용해요."
이에 힘입어 지금까지 누적으로 160억 원을 투자받았다. "SJ투자파트너스, TS인베스트먼트, KB국만카드, 자이언트스텝 등에서 투자받았죠."
중학생 때부터 창업 꿈꿔
정 대표는 프랑스 바텔대와 페르피냥 국립대에서 호텔경영학과 관광경영학을 공부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여러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호텔경영학이 유망해 보였죠."
대학 졸업 후 현대C&I에서 3년간 일하고 코넬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때 다라 전 익스피디아 회장을 만나 창업의 꿈을 키웠다. "2013년 대학원에서 여행 스타트업을 주제로 경연 대회가 열렸어요. 당시 심사위원이 다라 회장이었죠. 앞으로 여행자들과 적극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온라인 여행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다라 회장이 혁신적이라고 봐서 상을 받았어요."
덕분에 그는 익스피디아에 입사했다. "시상 후 저녁식사 자리에서 다라 회장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매출로 연결할 방법을 물었는데 제대로 답하지 못했어요. 이대로 사업하면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라 회장에게 익스피디아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죠. 다라 회장이 이를 흔쾌히 받아줬어요."
그렇게 그는 익스피디아의 미국 시애틀 본사와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창업했다. "대학원 때 구상을 현실로 옮기고 싶어 8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창업했죠."
AI 이용한 해외 서비스 늘릴 것
앞으로 그는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말과 영어로 140개국에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10월 중 일본어, 내년 1분기 아랍어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여기 맞춰 해외 법인도 늘려야죠. 우선 싱가포르 법인 설립 작업을 하고 있어요."
AI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AI와 연결된 가상인간이 안내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입니다. AI가 영상을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추천하는 기능도 추가하려고 해요."
다만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한 관광 수요가 변수다. "2019년 국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1,950만 명입니다. 올해는 그 정도 회복이 힘들고 800만 명 정도 예상합니다. 내년 5월 돼야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봐요.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 숫자도 아직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어요. 이 또한 내년 말 돼야 2019년 수준이 되겠죠. 전 세계 경기가 가라앉고 있어서 그 이후 관광 수요는 낙관하기 힘들어요."
그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창업을 후회하지 않는다. "여행업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판매해요. 이용자들이 좋아하면 덩달아 즐거워요. 그러니 계속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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