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MBC, 민주당 편드는 게 방송 민주화인 줄로 알아”
“공정성을 유린하는 MBC의 과도한 당파성을 지켜보는 게 괴로웠다. 같은 편이라고 무슨 짓을 저질러도 그걸 지지하거나 모르는 척 눈감아줘야 하는가.”
강준만(66) 전북대 명예교수가 18일 출간한 책 ‘MBC의 흑역사’(인물과사상사)에서 “MBC는 마치 자신들이 선(善)과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민주당 편을 드는 게 방송 민주화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조국 사태 때 이른바 ‘딱 보면 100만’부터 현 정부 출범 이후 ‘바이든, 날리면’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편향적인 MBC 보도와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공정성을 유린한 공영방송
강 교수는 박성제 전 MBC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김어준의 뉴스공장’(2019년 9월 30일)에 출연해 이른바 “100만명 느낌이 있다. 딱 보니까 이건 그 정도”라고 했던 것에 대해 “역대 어느 방송 보도국장이 그런 정치적 발언을 다른 방송사에 나가 했느냐”면서 “MBC가 문재인 정권을 대변하는 방송의 총본산임을 분명히 보여준 셈”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지난 정부 조국 사태 때 MBC의 위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촛불 군중에 대해 “이른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정신에 충실하지 않은 보도를 할 땐 어김없이 ‘불매운동’ 보복 조치를 가했다”며 “이는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하고 문재인을 위한 어용 선전 도구 노릇에만 충실하라는 게 요구였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조국 사태 이후 상승한 MBC의 신뢰도는 맹목적 호감도로 봐야 한다”며 “그 매체의 보도가 허위·왜곡·날조임이 밝혀져도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검언 유착 단독 보도에 대해서도 이동재 채널A 기자가 무죄를 받았음에도 사과도 없고, 증거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온라인 매체 ‘서울의 소리’ 기자가 녹음한 이른바 ‘김건희 녹취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MBC가 유튜브 채널의 ‘하청’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선악 이분법에 중독된 MBC
그는 이번 책에선 용인할 수 있는 선(線)을 넘어버린 MBC의 행태를 비판하고 또 기록하고자 책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MBC에 대해선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해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렸다”고도 했다.
지난 정부 이후 MBC가 보여준 행태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 강 교수의 평가. 그는 “MBC는 민주당 정권을 보호하고 사수하고 미화하면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밥그릇 싸움’인 게 분명한데도 그들은 자기들이 선과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군다”고 했다.
그는 언론노조 등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계적 중립’을 거부하는 것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MBC와 언론노조는 자신들의 편향성을 ‘선과 정의’라고 떼를 쓰고 있다”면서 “아무리 당파성이 강한 사람일지라도 단지 특정 정당 지지자라는 이유만으로 예를 들어 대학 입시에서 특례를 받는 걸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 공정성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진보 진영이 선악 이분법에 중독되어 반대편을 악으로 몰아간다”면서 “이는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에릭 호퍼의 말을 인용하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자신들이 증오하는 억압자를 얼마나 닮아가는지 보면 경악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MBC가 보수 정권에 대한 반감과 혐오에 편승해 ‘정권과 맞짱 뜨는 공영방송’의 길로 나간다면 그게 바로 MBC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이라면서 “MBC에 대한 문제 제기는 MBC 내부에서 나와야 하며, 누가 MBC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자문자답해봐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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