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은 적 없다” “입양 보냈다”… 수상한 부모 집중 수사
1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사라진 아기’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절반가량인 1025명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아동은 249명이다. 경찰은 아직 생사와 범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814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 중인 아동 814명 중에서도 사망자가 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범죄 혐의인지 질병인지는 더 수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경찰 안팎에선 “사망 아동이 300명 이상일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미등록 아동 2123명 중 사망자(249명)는 11.7%다. 생사 확인 중인 814명에서도 비율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사망자는 300명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사라진 아동’ 2123명의 사망률이 15%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사망한 249명 중 범죄(영아 살해)에 희생된 아동은 7명 정도로 보고 있다. 나머지 242명은 질병 등으로 사망해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1000명당 1세 미만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영아 사망률은 2021년 기준 2.4명이다. 출생 미등록 아동은 부모나 주변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사망률이 10%를 훌쩍 넘는다면 유기·방치 등 ‘범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제기된다.
경찰은 수사 대상 814명 중 출생 기록은 있는데 “안 낳았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에게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입양 보냈다고 하지만 아동 행방이 불분명한 경우도 수사 대상이다. 영아 매매로 아기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거나 영아 유기·살해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기 때문이다. “아기를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했다”고 진술했거나 잠적한 부모 등도 수사하고 있다.
무사한 아동 1025명 중 700여 명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늦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46명은 전수조사 시점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여기엔 2015년 태어난 8세 아동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 나이지만 아직 학교에 가지 못했다. 지금은 외국인 어머니가 키우고 있는데 한국말을 거의 할 줄 모른다고 한다. 46명 중엔 내년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6세 아이가 3명 있고, 5세 아이도 7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 중 한 명이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거나, 미혼모인 어머니가 신고를 망설이는 사이 5~8년이 흐른 것이다. 국가가 보호하지 못하는 ‘사라진 아이’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혼외자로 태어난 4세 아동은 어머니가 기초수급자 혜택을 그대로 받으려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어린이집과 병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번 조사 때 주민센터 공무원이 아이를 발견해 출생신고를 했다. 감사원 감사로 시작한 이번 정부 조사가 없었으면 학교 갈 나이가 됐는데도 방치됐거나 어떤 아동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병원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자체 등에 알리는 출생 통보제가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미등록 아동 발생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년 뒤 시행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아동수당 등을 지급하는 사회복지 전산망 등을 통해 아이의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도 미혼모가 출산 사실 알려지기를 꺼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나타났다”며 “익명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출산 보호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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