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대로… 美핵잠, 히로시마 1600발 위력 미사일 싣고 왔다
미 전략 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는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지 두 달 반 만에 이뤄졌다. ‘워싱턴 선언’에서 대북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방안으로 미국이 약속한 핵협의그룹(NCG) 신설,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한층 증진’ 등의 내용이 발 빠르게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NCG 회의에 참석한 미 측 대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기자회견 도중 미 SSBN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에 기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을 겨냥해 “핵으로 도발하면 정권 종말”이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SSBN 방한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한국 방문 이후 42년 만이다. 한미는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SSBN 등 핵심 전략자산을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SSBN은 ICBM·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핵 3축으로 꼽히는 최강 병기다. 핵탄두가 달린 탄도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데다 적의 턱밑까지 다가가도 눈치챌 수 없다는 ‘은밀성’ 때문에 미국 핵전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SS는 잠수함(Ship Submersible), B는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 N은 핵(Nuclear)을 의미한다. 지난달 16일 부산에 기항한 ‘순항미사일 핵추진 잠수함(SSGN)’은 비핵 재래식 탄두를 쓰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이었다.
이번 SSBN은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750t으로 미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큰 오하이오급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트라이던트Ⅱ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0~24발 장착이 가능하다. 이 미사일 한 발에는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8~14개의 핵탄두(MIRV)를 장착할 수 있는데, 이 핵탄두 한 개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5~20배의 위력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오하이오급 한 척에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1600여 발에 버금가는 위력의 핵미사일 장착돼 있는 것이다. 북한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군 당국은 이번 SSBN의 핵 무장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작전 중인 SSBN에 핵이 없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한국 영토에 미 핵무기가 들어온 것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발효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과 국내 일각에서는 SSBN의 부산 기항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위배된다며 반대하지만, 비핵화 선언은 북한이 핵 개발로 이미 깬 상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비핵화 선언은 북핵으로 이미 폐기된 상태나 다름없다”면서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대응을 한미가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미 SSBN에 탑재된 SLBM은 최대 사거리가 1만2000㎞에 달하기 때문에 굳이 부산에 오지 않아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기항을 한 것은 그만큼 북한은 물론 한국 국민들에게 강력한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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