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버리고 택한 두 나라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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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참전과 역사적인 승리로 역대 최강대국에 오른 미국은 세계를 경영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대신 중국을 생산기지 삼아 자신들의 소비경제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유무역 및 분업체계를 완성했다.
미국은 최근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중국에 보내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같이 무모한 침략을 일으키거나 그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1조 달러를 가지고 세계경제를 무너뜨리는 섣부른 선택을 하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운 의사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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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참전과 역사적인 승리로 역대 최강대국에 오른 미국은 세계를 경영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전파해 이념적 측면에서도 우월성을 확보했다. 일본은 미국에 의해 패망했지만 재빠르게 그 상황을 수용했고 소비경제가 과반인 미국을 위한 수출경제를 확립해 한 세대 만에 패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미국은 인구가 1억명이 넘는 일본이 달러를 축적하고 자유무역에 편승해 뉴욕의 마천루들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견제를 분명히 했다. 플라자 합의(1985)로 250엔이던 엔달러 환율을 120엔까지 폭락(엔화절상)시켜 제품 경쟁력을 무너뜨렸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기억이 없었다면 적어도 일본은 맞섰을 거다. 그러나 미일관계에는 경제를 넘어선 분명한 상하주의가 있었다. 잃어버린 30년은 그 때문이다.
구한말 만주에서 일제에 도륙당한 중국은 적국의 성장을 지켜봤다. 1979년 미국을 다녀온 덩샤오핑(鄧小平)은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란 명분으로 역사를 후퇴시킨 공산당을 개조했다. 그는 80년대 후반 일본이 비틀대자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란 위대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문을 열었다. 미국은 일본 대신 중국을 생산기지 삼아 자신들의 소비경제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유무역 및 분업체계를 완성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 2.0은 그러나 지난해 10월 13일 사실상 막을 내렸다.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중국을 확실한 적국으로 규정했다.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형성할 경제와 외교, 군사, 기술적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라 정의했다. 표현은 완곡하게 '경쟁자(Competitor)'로 했지만 이는 반어법이다. 공산당 독재를 유지하며 군사력을 키운 나라가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전 정부 시절인 2020년 대중국 보고서에서 이들을 "주변국에 악의적(malign) 지원을 내놓고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경영권을 뺏는 '약탈(predatory) 경제'라 평가했다. 덩치만 큰 폭력국가가 될 거란 혹평을 가리지 않은 것이다. 덩샤오핑이 마련한 3연임 제한 관례를 무너뜨린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실상 종신직을 향하자 미국은 중국을 구제불능으로 낙인찍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최근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중국에 보내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는 관계개선이 아니라 관리의 차원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같이 무모한 침략을 일으키거나 그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1조 달러를 가지고 세계경제를 무너뜨리는 섣부른 선택을 하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운 의사소통이다.
미국의 세계화 3.0은 '프렌드 쇼어링'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일본은 이 흐름에 다시 올라타려 한다. 엔저를 고집하면서 제조업 부활의 기회를 엿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구는 중국에 뒤지지만 기계화 자동화 인공지능(AI) 혁명을 리드한다면 G7에서 지위를 다시 격상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인들은 그들이 어떻게 진주만을 때렸는지 기억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상반기 2개 나라 국가원수를 각각 국빈으로 맞아 대단한 환대로 경제적 정치적 동맹을 확인했다. 그 두 나라가 한국과 인도다. 한국엔 기술이, 인도엔 인구가 있다. 미국이 계획한 프렌드 쇼어링에 있어 전략적 자원국으로 필수 국가란 방증이다.
미국 주도의 세계전략 재편은 약 40년 만에 이뤄지고 있다. 일본이 80년대에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면, 또 중국이 그 이후에 시장을 키우지 못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 수준을 달리했을지 모른다. 자유진영 동맹이 안겨준 반만년 만의 역전찬스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자유진영과 독재국들 사이의 대립으로 다시 점철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국익이라는 가면으로 존명사대(尊明事大)를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역사는 반복되고 기준은 분명하다. 자유냐 사대냐의 갈림길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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