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체포 특권 포기’ 안 하면서 한 것처럼 하려는 민주당
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하지만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정당한 영장’인지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라면서 사실상 자신들이 정하겠다고 한다. 지난 13일 의총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 결의가 무산된 후 비난 여론이 커지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영장의 정당성 여부는 여론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장동 비리 혐의를 받던 이재명 대표와 뇌물 혐의의 노웅래 의원, 돈 봉투 사건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는 정당한 영장이 아니어서 부결시켰다는 뜻이 된다. 누가 납득하겠나.
민주당은 혁신위가 요구해 온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체포 동의안 표결 시 당론 가결’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무기명투표라 당론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무기명투표와 당론은 상관이 없다. 포기 서약서를 굳이 내지 않는 이유도 알기 힘들다. “불체포 특권 포기 안 하면 망한다”고 했던 혁신위는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을 믿는다”고 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안 하면서 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다.
민주당 비(非)이재명계 의원 31명은 이미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은 오래 전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서약했고, 정의당도 당론으로 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민주당 친명계와 비리 혐의를 받는 의원들만 빠진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해 놓고 대장동 비리 등으로 영장이 청구되자 특권 뒤에 숨었다. 민주당은 하루도 빠짐 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고,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체포 동의안에 찬성하면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다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위의 거듭된 불체포 특권 포기 요구엔 응답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할 것처럼 선언하고 실제 일이 닥치면 모른 척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불체포 특권’ 포기 허언도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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