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만원 빚에 나체사진 협박’ 이 지경 내몰린 부산 청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단돈 몇십만 원이 없어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나체 사진으로 협박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2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만에 4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비싼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다.
대부업체는 대부업체대로 돈 떼일 확률이 높다며 이들을 소액대출로 이끈다.
결국 돈을 갚기 위해 돌려막기를 하게 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부업체가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별도 범죄 행위에 휘말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돈 몇십만 원이 없어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나체 사진으로 협박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부산경찰청이 그제 불법 대부업 조직을 적발해 처벌한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 밑바닥 현실이다. 피해자 500여 명은 은행 같은 1, 2 금융권에서 대출이 안 되는 저신용자들이었다. 2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만에 4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비싼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다. 연이율로 따지면 4000%가 넘는다. 이자나 원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무자비한 방법으로 채권추심을 당했다. 피해자 60~70%가 20~30대 청년층이라 심각성을 더한다.
얼핏 보면 이 정도 돈 때문에 겁도 없이 사금융에 도움을 청하는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돈을 빌려줄 제도권 금융은 없다. 대부업체는 대부업체대로 돈 떼일 확률이 높다며 이들을 소액대출로 이끈다. 빌려주고 상환하면 재대출을 또 유도하면서 고리대금의 쳇바퀴에서 못 빠져나오게 만드는 식이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아무 조건 없이 비대면으로 소액을 대출한다는 광고가 넘친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야 접근할 수 있으니 이용자는 대부분 청년층이다. 대출자들은 원래부터 경제적으로 취약한 데다 수십만 원 단위로 이미 여러 군데서 돈을 빌린 탓에 상환력이 떨어진다. 결국 돈을 갚기 위해 돌려막기를 하게 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부업체가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별도 범죄 행위에 휘말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세상 무서운 줄 몰라서일 수도, 그만큼 생활고가 심해서일 수도 있다.
물론 대출금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는 사람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생활비나 병원비가 없어 허덕이는 이들의 모습은 금융당국이 시행하는 소액생계비대출 창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3월 1000억 원 예산으로 시작한 최대 100만 원 소액대출 제도는 7월 현재 400억여 원이 소진됐다. 이율이 연 15.9%이지만 원금이 작아 월 부담 이자는 몇천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돈도 못 갚는 이가 적지 않다. 게다가 연체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12.7%)와 30대(10.6%)다.
올 2분기 부산 청년(15~29세) 실업률은 9% 가깝다. 취업한 청년도 4명 중 1명은 주 36시간 미만 파트 타임 근로자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이 많지 않다. 공인중개사 말만 믿었다가 전재산인 보증금을 떼이는 전세사기 피해자도 상당수 청년이다. 정기적이고 적정한 급여가 보장되는 일자리가 적은데다, 사회경험 부족으로 범죄 피해자가 되기 쉬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이번 불법 대부업 범죄다. 청년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범죄 표적이 되는 현실은 보통 비정상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정책을 쏟아내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실효성이 부족하다.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국가적인 경각심이 필요하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