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고맙습니다, PC701-백두산함

김태형 성악가·부경대 겸임교수 2023. 7.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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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성악가·부경대 겸임교수

반만년 유구한 역사 속 고조선 이래, 발해와 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의 명멸(明滅)이 이르기까지 수많은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지만 하나의 핏줄,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은 변함없이 늘 우리와 함께했다. 그러나 ‘6·25 한국전쟁’은 한민족의 동질성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독립군들이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지고 온전히 독립된 조국에서 형제와 가족 이웃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있을 수도, 아니 있어서도 안 되는 전쟁 6·25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지난달 23, 24일 이틀간 ‘고맙습니다 PC-701 백두산함’ 초연이 정강석 작곡, 백두산함의 승조원(장포사) 고 김수겸(충무무공훈장수훈) 선생의 막내영애 김영 ‘아이네 앙상블’ 음악감독의 연주로 경남 진해와 부산에서 공연됐다. 백두산함은 광복한 대한해군의 첫 번째 군함으로 군인 월급과 민간의 모금으로 구입한 전투함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 해군 육전대 600명을 태우고 부산 앞바다를 통해 침투하던 무장 수송선을 격침시킨 첫 해전의 주역으로, 우리에게는 대한해협 해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해전으로 두 분의 소중한 영웅이 산화하셨지만 북한의 간첩 600명이 부산에 상륙하는 것을 막아내었다. 만약 막지 못했다면 후방 교란과 유엔군의 반격 교두보 확보에 실패하고 최악의 경우 대한민국은 공산화해 남베트남이나 남예멘처럼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2010년대 초 인터넷에서 전파된 말이다. 정확한 출처는 모르지만 이 말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혹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한 말인가가 아니라 왜 이 말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가다. 우리나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성큼 다가서 있다. K-문화에 전 세계가 취해 있고 한글 배우기를 원하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권이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매년 초대받았으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은 그 환대가 보는 이에게 대한민국 위상을 알리기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베트남 1975년 무력통일, 독일 1990년 평화통일, 예멘 1994년 무력재통일)다. 총소리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 고요의 외침 속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창랑호 납북사건(1958년)을 시작으로 1·21사태(김신조 사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파사건,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테러, 제1·2차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큰 사건만 나열해도 북한의 도발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난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피렌체의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남의 역량과 힘이 아닌, 자신의 역량(비르투·virtu)과 힘(법과 군대)으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나라를 위해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국민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국가는 언젠가는 망하고 종속당하게 된다. 세상의 이치는 비슷하다.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될 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힘이 약할수록 이런 경우는 더 빈번하다. 침략과 전쟁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우리 힘만으로 풀어 갈 수 없는 처지다. 성숙한 대응과 미래지향적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역사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의 6·25전쟁 SNS 글 중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자유 대한민국이 있게 한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닿는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기에 피 흘려 나라를 지켜주신 영웅들에 더욱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전쟁 중임을, 북한은 언제든 우리를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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