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해진 신동빈 “과거 성공경험 다 잊고 혁신하라”
“과거 성공 경험을 잊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라. 현재 환경에 부합하는 차별적인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계열사 사장단 회의(VCM ·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새 경영 키워드로 ‘언러닝 이노베이션(Unlearning Innovation)’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달라”고도 했다. 이날 신 회장이 발언은 이례적으로 단호한 말투였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와 각 사업군 총괄 대표 및 계열사 대표 등 롯데 핵심 경영진 80여 명이 참석했다. 최근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를 겸직하게 된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참석했다.
신 회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롯데그룹에 번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근본부터 개혁하여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13년간 재계 순위 5위를 유지하다 올해 4월 포스코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백화점 사업도 여전히 부진하다. 39년 동안 전국 1위 점포였던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은 지난 2017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위를 뺏겼고,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2위에 머물고 있다. 신사업 핵심인 롯데케미칼도 작년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신 회장은 현 상황을 타개할 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으라고 주문했다. 그는 “해외 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국내 경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북미 시장을 동시 공략하고 선점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됐다.
미래형 사업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AI(인공지능) 기술이 과거의 인터넷·모바일 기술처럼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이날 VCM에 앞서 참석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관계자를 초청, ‘생성형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법’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신 회장은 “매출·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더불어 현금 흐름과 자본 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내실을 주문했다. 최근 롯데케미칼의 차입금 증가로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의 신용 등급이 잇따라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됐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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