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타다’ 다음은 ‘로톡’인가… 법무부 결단을 기대한다
20일 법무부는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법률 플랫폼 ‘로톡’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인의 이의신청에 대해 심의한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대한변협은 변호사들이 법률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의뢰인을 만나는 것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반대로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변협이 내린 징계는 돌이킬 수 없는 ‘붉은 글씨’로 우리 역사에 남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지만 유독 법조 분야는 변화가 더디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변호사를 찾는 데 막막함을 느낀다. 법률서비스 비용으로 얼마를 내는 것이 적절한지, 어떤 변호사가 소송에 적합한지도 알기 어렵다. 아직도 민사소송 10건 중 7건은 변호사 없이 진행되는 ‘나 홀로 소송’이다. 법률 플랫폼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률 플랫폼 갈등은 로톡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만일 이 갈등이 조기 종결되어 리걸테크 시장이 활성화됐다면 어땠을까. 대다수 변호사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플랫폼 간 경쟁이 일어나 변호사나 일반 이용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법률서비스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리걸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7000여 개가 넘고 유니콘 기업은 7곳으로 산업이 큰 성장세에 있다. 우리나라 리걸테크 기업은 30여 개뿐이고 유니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실제로 미국·일본을 비롯한 해외 리걸테크 선진국에서는 누구나 계약서, 고소장, 유언장 등 간단한 법률문서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자동 작성하고 검토하는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한국과 크게 대비된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리걸테크가 등장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리걸테크 기업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변호사법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기업들은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고, 법조계에도 변호사 공공성과 소비자 편익의 조화를 고민할 시간이 주어졌다. 반면 변협은 로톡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자 로톡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국가기관으로부터 합법 서비스라는 확인을 받았지만 길어지는 갈등에 로톡은 올 초 직원 절반을 구조조정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직역 갈등과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생존을 우려하는 스타트업은 법률뿐 아니라 세무,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는 ‘타다’ 사태로 이미 혁신의 좌절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택시 단체 측 주장에 따라 ‘타다 금지법’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 6월 ‘타다 베이직’이 불법 콜택시 혐의로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서비스는 사라진 지 오래다.
시간이 흘렀어도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1379만 이용자의 호응을 얻은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은 엔데믹에 따른 정부 정책 여파에 최근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재진 환자로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진료 가능 기준에도 여러 조건을 붙여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식으로 사업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나 일정 없이 형식적인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범사업 불편센터에는 벌써부터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전 분야 이권 카르텔을 종식하겠다며 ‘반(反)카르텔 정부’를 선포했다. 무엇이 정보비대칭에 기생해온 카르텔을 넘어 국민을 위한 미래로 한 걸음 다가가는 선택인지는 명확하다. 국민들도 ‘깜깜이’였던 전문직 서비스를 편리하게 비교하고 선택하기 원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지난 3월 공동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4%가 “전문직 권익보다 플랫폼 선택권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소비자인 국민 권익을 위해서라도 이런 갈등은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법무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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