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32] 경제학의 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오래 짓기로 유명하다. 1882년에 첫 삽을 뜬 이래 지금도 공사하고 있다. 2026년쯤 완공을 기대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그것도 불투명해졌다.
그와 반대로 걸작이 금방 완성되는 수도 있다. 중국 양(梁)나라의 주흥사(周興嗣)라는 학자는 천자문을 하루 만에 썼다. 딱 천 글자를 골라 사언절구 250편을 완성해 오라는 황제의 까다로운 명령을 받고 밤을 꼬박 새웠다. 숙제를 마치고 아침에 보니 검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래서 천자문을 백발문(白髮文)이라고도 한다.
도덕경도 그렇다. 그 책을 쓴 춘추시대의 노자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 그가 도덕경을 단숨에 완성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가 속세를 떠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이 간곡히 가르침을 청하자 앉은자리에서 그 책을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도덕경은 세상의 이치인 도와 그것을 실천하는 덕을 설파한다. 그런 점에서 서양철학의 정수인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을 합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도덕경은 무위(無爲), 즉 태초의 자연스러움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을 최고의 덕으로 삼는다. 서양철학은 반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에서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려는 인위(人爲)적 노력을 최고의 덕이라고 가르쳤다. 그것을 아레테(arete)라고 불렀다.
무위 사상은 제도나 규범 따위에 얽매이는 것을 부질없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제도와 규범을 잘 지키는 것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제도와 규범을 준수하려는 자세는, 타인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평판 관리를 향한 그 노력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불렀다. 그런 주장을 담은 ‘도덕 감정론’이 경제학의 뿌리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1723년 6월 5일에 태어나 67세에 생을 마감했다. 올해는 그의 탄생 300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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