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89> 소나기가 폭포 되어 날린다는 조선 후기 문신 허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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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바람이 소나기 몰고 다니니(亂風驅驟雨·난풍구취우)/ 앞쪽 기둥은 비 뿌려 온통 젖어버렸네.
시인은 소나기를 묘사하며 비 그친 뒤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시로 그려내는 재능을 가졌다.
이번 장맛비로 경북 예천 산사태 및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인명피해가 컸다.
너무 안타까워 지난 회에 이어 장맛비에 대한 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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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飛瀑緣簷下·비폭연첨하
어지러운 바람이 소나기 몰고 다니니(亂風驅驟雨·난풍구취우)/ 앞쪽 기둥은 비 뿌려 온통 젖어버렸네.(霑灑滿前楹·점쇄만전영)/ 날아다니는 폭포 되어 처마 타고 떨어지고(飛瀑緣簷下·비폭연첨하)/ 세차게 흐르는 물길은 섬돌 따라 돌아가네.(流湍澆砌橫·유단요체횡)/ 이미 무더위 다 씻어 몰아냈으니(已滌炎威盡·이척염위진)/ 되레 상쾌한 기운이 많이 살아나네.(還多爽氣生·환다상기생)/ 저녁 무렵 먹구름 걷히고 나서(向夕陰雲捲·향석음운권)/ 옷깃을 열고 밝은 달을 마주하네.(披襟對明月·피금대명월)
위 시는 조선 중기 문신인 수색(水色) 허적(1563∼1640)의 ‘소나기(驟雨·취우)’로, 그의 문집인 ‘수색집(水色集)’ 권5에 들어 있다. 그는 1597년(선조 30) 별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해 판서까지 올랐으며, 시문에 능하였다.
어지럽게 부는 바람이 소나기를 몰고 다닌다. 이럴 때는 집 밖에 나가기 어렵다. 우산을 펼쳐 들어도 뒤집어진다. 집 대들보 기둥에 비가 들이쳐 다 젖어버렸다. 처마를 타고 떨어지는 물줄기는 폭포와 다름없다. 집 뒤쪽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처마의 물줄기가 합쳐져 섬돌을 따라 세차게 흐른다. 집 안 사정이 이럴진대 바깥 개울은 보나 마나다. 태산도 삼킬 듯 넘쳐흐르고 있을 것이다.
소나기가 가시자 무더위가 사라진다. 되레 상쾌하기까지 하다. 언제 그토록 사납게 퍼부었느냐는 듯 저녁이 되니 하늘은 고운 달을 내놓았다. 시인은 소나기를 묘사하며 비 그친 뒤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시로 그려내는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번 장맛비로 경북 예천 산사태 및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인명피해가 컸다. 사고가 난 마을은 산사태 취약 지정 마을에도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청주시는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된 뒤에도 버스회사에 “지하차도로 가라”고 했다니 기가 찬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공무원과 경찰 등이 철저히 점검했어야 한다. 해마다 지하차도에서 인명사고가 일어나므로 장맛비가 내리면 아예 전국 지하차도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비가 내리면 제대로 통제가 되는지 현장에 가 다시 확인해야 한다. 너무 안타까워 지난 회에 이어 장맛비에 대한 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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