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로서 마주친 한국 설화… 뿌리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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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짐승과 할머니 신이 중앙을 지키고, 좌우로 알록달록한 색동 조각보가 걸렸다.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듯 불길한 분위기의 입구를 지나면 비좁은 통로로 가득한 미로가 나타난다.
전시 공간은 입구와 미로, 광장까지 크게 세 곳으로 구성됐다.
'불길하고 초현실적인 입구'에서 '혼란스러운 미로'를 지나 '넓은 세계가 열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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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혹은…’ 국내 첫 개인전
설화 이미지와 시대의 문화 결합
한국계 캐나다 작가 제이디 차(40)의 국내 첫 개인전이 13일 열렸다. 차 씨는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문을 연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전시에서 한국 문화와 설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한국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고 자란 차 씨는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라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끝에 그는 한국 역사와 민속, 신화를 공부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이미지를 대중문화 등 동시대 문화와 결합해 작품으로 선보이며 미술계에서 빠르게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장 입구의 작품 ‘안내자와 짐승’ 역시 청바지의 소재인 데님을 이용해 한국 전통 신화 속 해태를 형상화한 것이다.
지난해 차 씨는 런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바리공주’를 소재로 개인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전시에서 미술관에 한옥을 지었던 그가 이번 전시에선 가벽으로 미로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차 씨는 “우선은 관객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루함 없이 작품을 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 공간은 입구와 미로, 광장까지 크게 세 곳으로 구성됐다. ‘불길하고 초현실적인 입구’에서 ‘혼란스러운 미로’를 지나 ‘넓은 세계가 열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세상에 태어나 혼란을 겪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단단한 뿌리를 갖게 되는 성장 과정을 담은 것이다. 차 씨는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조상과 연결되는지, 내가 겪은 심리적 여정을 담았다”고 했다.
이런 구성 속에 전시된 작품 ‘할머니 산’ ‘미래의 우리들’ 등은 주류 사회의 울타리에서 밀려난 것들을 주인공으로 다시 탄생시킨다. 무력하거나 불쌍한 존재로 여겨졌던 할머니는 지혜롭고 강인한 여신으로, 여우 갈매기 등 캐나다에서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동물들은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진다. 전시 제목의 구미호 역시 영리하고 진취적인 주체를 뜻한다고 한다. 10월 12일까지. 5000∼8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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