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예민함에 대한 오해와 이해

기자 2023. 7.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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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커뮤니티에서 ‘예민함 테스트’가 화제다. 생각보다 예민하게 나왔다거나 둔감하게 나왔다거나, 우울·불안증 항목에 가까워 보인다거나 하며 수다꽃을 피운다. 정확성과 상관없이 성격테스트는 늘 관심의 대상이라 유행처럼 돌고돈다. 무수한 성격표현 단어들이 그렇듯이 ‘예민함’의 의미도 간단치는 않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고, 정상 범주라면 모든 일에 예민하거나 둔감할 수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불안할 때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에 민감하고 까다로워진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평소와 달리 과민해진 모습을 느낀다면, 비난이나 자책 이전에 상황과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특정 분야의 예민성은 재능과 관련이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청각에 민감해야 음악을 할 수 있고, 미각에 까다로워야 요리사가 되고, 소외된 음지의 사람살이까지 통찰해야 좋은 정치가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민함이란 ‘느끼는 수준만이 아니라 대응과 표현의 수준도 포함’하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일 듯하다. 나는 가족 중 내가 가장 예민한 기질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올케를 통해 무던하고 원만하다고 느꼈던 남동생도 예민하고 섬세하다는 말을 듣게 됐다. 올케가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다를 수는 있겠지만, 원가족이었음에도 간과했던 이유를 문득 깨달았다. 나의 예민함이 나의 세계에 국한돼 있던 동안, 다른 가족들은 서로의 상황까지 살폈던 것이 아닐까. 나야말로 감정과 생각에 몰입돼 정작 더 배려하고 이해했던 마음들에 가장 둔감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고성능 자동차일수록 충돌방지 센서가 민감하다. 돌발적인 외부요인이나 위험요소에 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살아가며 만나는 무수한 갈등 상황에서 그저 타인의 결함과 부족함만을 비난·비판하며 좌충우돌하는 사람과, 다수의 입장과 상호작용까지 읽어내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고 화합과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 중 누가 더 고성능 센서를 가진 사람일까. 백성들이 왕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중국 요순시대를 통치의 모범으로 꼽는 이유는, 일상이 평안해 정치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섬세하고 폭넓게 살피고 조율했기 때문일 것이다.

늘 도통한 듯 세상을 굽어보고 방관하는 태도를 지성이나 균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불합리와 부조리가 만연한 세계엔 더욱 예리하고 까다로워져야 할 것들이 넘쳐나서다. 손쉬운 양비론으로 대인배인 것처럼 하는 이들이 자신의 사소한 이권에는 극도로 민감해지는 흔한 일상의 풍경이야말로 우습다. 다만 올바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 또한 다른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는 무례와 폭력, 상처까지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의 예민함이란 일방성이 아닌 상호성에, 분쟁보다는 평화를 도모하는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어느 정도 발현되느냐가 문제일 뿐, 좋은 의미의 섬세함에서 다소 부정적 의미인 까탈스러움까지 포함하는 ‘예민함’이란 모든 진화적 특성이 그렇듯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가치 중립적인 특성이다. 강박에 가까운 과민함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지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어느 정도는 갖고 있는 생존요소이기도 하다.

유난히 우울감이나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들 중엔 자신의 예민함을 남다름이나 천재성으로 이해받고픈 욕구에 갇혀 있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내면과 극소수의 주변인에게만 밀착한 좁은 자아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워진다.

누군가를 민감하다고 믿건 무던하다고 믿건, 자신의 인생과 행복에 둔감한 존재는 없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더 깊고 넓게, 더 멀리 보며 배려하는지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배려와 자제를 실천하는 이들의 상호 노력으로 우리의 삶이 지탱되고 있음을 자각하는 예민함이 필요하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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