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硏 출연금 20% 삭감”에… 각 기관 R&D예산 조정 혼란

최지원 기자 2023. 7.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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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해 연구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라는 정부 지침으로 내년 연구 사업이 졸속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연연의 예산은 국회 승인을 통해 정부가 직접 출연하는 예산인 '출연금'과 연구자들이 정부의 연구 과제를 수탁하는 '정부 수탁과제(PBS)'로 나뉜다.

각 부처의 R&D 사업은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과제 관리 기관을 통해 대학과 연구기관이 집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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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원천기술 부서 존폐 위기”
항우연 “태양광 무인기 2대→1대로”
정부 “R&D 나눠먹기 관행 근절”
‘국제협력 강화’ 졸속으로 흐를 우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해 연구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라는 정부 지침으로 내년 연구 사업이 졸속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R&D 이권 카르텔에 의한 예산 ‘나눠 먹기’ 행태를 없애고 양자, 바이오 등 국가전략 연구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출연연의 출연금을 20% 삭감하라는 지침에 따라 각 기관은 2, 3일 만에 내년 예산을 졸속으로 재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R&D 예산 재검토를 지시한 뒤 예산 법정 제출 기한인 같은 달 30일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본부에 수정 예산안을 내야 했다는 설명이다.

● 예산 삭감으로 2개 만들던 태양광 무인기 1개로 축소

출연연의 예산은 국회 승인을 통해 정부가 직접 출연하는 예산인 ‘출연금’과 연구자들이 정부의 연구 과제를 수탁하는 ‘정부 수탁과제(PBS)’로 나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의 평균 출연금 비중은 49.8%로 전체 연구비의 절반 수준이다. 출연연 연구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출연금의 20%가 삭감되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비가 삭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원천 기술을 연구하는 부서 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제동국 ETRI 책임연구원은 “국방부 과제, 기업 공동 과제는 삭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결국 원천, 기초 연구가 주요 삭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당초 ‘성층권 태양광 무인기’ 개발을 위해 무인기 2대를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연구비 재조정 과정에서 25억 원이 삭감되며 1대만 만들게 됐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항우연 지부장은 “처음 해보는 연구이기 때문에 실험 중 기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1대가 망가지면 실험 전체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 ‘나눠 먹기’ 식 R&D 예산 집행 근절할 것

이런 혼란 속에서도 정부는 R&D 예산 재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1조 원에 이르는 R&D 국가 예산이 국가 전략 사업과는 별개로 학연 등에 따라 연구자별로 분산 배정되는 ‘나눠 먹기’식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각 부처의 R&D 사업은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과제 관리 기관을 통해 대학과 연구기관이 집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제 관리 기관과 연구자 사이의 카르텔이 형성돼 정작 필요한 연구에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조정안으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국가 전략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집중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혁신본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예산을 받았던 사업은 까다로운 검토 없이 다음 해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그간 관례였다”며 “내년 예산안부터는 이런 관례 없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연구인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 현장에서는 정부가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장기적인 관계 형성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만큼 해당 연구 비중을 갑자기 높이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와 상대국의 기술 수준을 검토하고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연구 현장에서 급하게 기획한 국제협력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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