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프라이드’와 다국적 기업 동행
매년 6월이 되면 세계 각지에서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성소수자 인권의달)’ 행사가 열린다. 지난 1일 서울에서도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성소수자들과 이들을 연대하고 지지하는 ‘앨라이’들이 모여 성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 속 다양성 확대를 외치는 것이 행사의 취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세력과의 갈등이 더 큰 화제가 되곤 했다. 반면 유럽 내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는 프라이드 행사에서는 지자체와 다양한 기업들이 행사의 후원자로서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프라이드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프라이드 행사 지원은 기업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위한 노력을 보여줘 대외적인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는 기업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모든 배경을 가진 직원, 고객 및 이해관계자를 소중히 여기고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 기업들은 종종 프라이드 행사를 지원하는 것을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을 높이는 방법으로 생각한다. 브랜드와 성소수자 포용성을 연결함으로써 포용적인 기업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하는 더 넓은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 소매업체 러쉬(Lush)는 종종 프라이드 행사를 기념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며, 판매 수익의 일부를 성소수자 단체에 기부한다.
기업들의 프라이드 행사 지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력과도 맞닿아 있다. 성소수자 지원 활동을 통해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평등·수용성·인권을 증진하는 더 큰 운동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포용적이고 진보적인 이미지를 갖게 돼 성소수자 구직자뿐 아니라 일반 구직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MZ세대 구직자들의 직장 선택 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에서도 MZ세대들은 젠더 이슈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이드 행사 지원은 기업의 조직 문화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직원들의 소수자 인권 감수성과 사기를 높일 수 있다. 기업이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것을 보면서 직원들은 서로를 지지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게 되고 이는 높은 직무 만족도와 충성도로 연결된다. 최근 다양성 관리에 대한 연구를 보면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 지원에 힘쓰는 기업들은 기업 내 다양성 문제(인종·종교·장애 등)에도 적극 개입하고 포용성 있는 업무 환경 만들기에 힘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케아(IKEA)나 바클레이즈(Barclays) 같은 경우, 성소수자뿐 아니라 조직 내 다양성 관련 정책과 네트워크 형성에 힘쓰는 기업들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프라이드 행사를 진정성 있게 지원하지만,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없이 행사를 상징성과 마케팅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레인보 워싱’ 사례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도 구글·이케아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이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과 연대하며 행사를 지원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침묵했다. 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혐오와 배제의 시선을 갖고 있는 지자체와 반대집회 단체가 있는 한 한국 기업의 퀴어문화축제 후원과 같은 다양성 친화 행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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