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3명 끌어올려 구한 지하차도 의인, “나도 구조 도움 받아… 더 많이 살렸어야”

청주=이채완 기자 2023. 7. 19. 03: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겁니다."

15일 오전 충북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 씨(45·사진)는 세종시 자택에서 증평군청에 출근하기 위해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차에서 빠져나온 정 씨는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차량 지붕으로 기어 올라갔다.

힘이 다해 가라앉을 뻔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화물차 기사 유병조 씨(44)가 정 씨를 난간 쪽으로 끌어올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문턱서 서로 챙겨줘 버텨”
참사 희생자 8명 눈물의 발인
상처투성이 ‘구조 손’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여성 3명을 끌어올려 구한 충북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 씨의 양손에 상처가 난 모습. 정영석 씨 제공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겁니다.”

15일 오전 충북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 씨(45·사진)는 세종시 자택에서 증평군청에 출근하기 위해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거센 비를 볼 때만 해도 불안했는데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날 때 갑자기 흙탕물이 밀려들며 물살에 휩쓸렸다.

차에서 빠져나온 정 씨는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차량 지붕으로 기어 올라갔다. 이후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를 듣고 떠내려가던 중년 여성을 잡아 끌어올렸다. 물이 더 차오르자 정 씨와 중년 여성은 헤엄쳐 대피를 시도했다.

힘이 다해 가라앉을 뻔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화물차 기사 유병조 씨(44)가 정 씨를 난간 쪽으로 끌어올렸다. 난간을 끌어안고 버티던 정 씨는 다른 여성 2명이 떠내려가는 걸 보고 난간 쪽으로 잡아 올렸다. 불과 3, 4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난간을 잡고 버티다가 구조될 수 있었다.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정 씨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모두가 서로 토닥이며 챙겨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더 많이 살아 나왔어야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참사 희생자 8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박모 씨(76)의 발인을 30분 앞두고 장례식장이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자녀는 “엄마가 가는 거 못 보겠다”며 주저앉았다. 운구차에 박 씨의 관이 실리자 박 씨의 남편은 붉어진 눈시울로 하염없이 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바라봤다.

서원구의 다른 장례식장에선 취업 후 친구들과 함께 전남 여수로 여행을 가려다가 참변을 당한 안모 씨(24)와, 가족들과 생일 모임을 앞두고 있던 조모 씨(32)의 영결식도 열렸다.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을 상대로 원인 규명 요청 등 합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뒤 유족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