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한국판 미네르바대학, 태재대학교에 대하여
오는 9월 한국판 미네르바대학으로 알려진 태재대학교가 문을 연다. 대학설립 추진위원으로 힘을 보탰다. 인재상과 핵심역량을 만들고 교육과정과 학사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어떤 학생을 어떤 방식으로 선발할지를 구상하는 작업도 함께했다. 교육부의 사이버대학 설립승인은 2012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태재대는 우리 고등교육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먼저 설립자인 한샘 창업주 조창걸 회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설립 취지에 나타난 것처럼 이 대학은 '황무지에서 시작해 튼실한 기업을 일군 설립자가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평생 쌓은 부(富)를 쾌척'해서 만들어졌다. 미국에는 카네기(Andrew Carnegie)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 스탠퍼드(Leland Stanford)처럼 성공한 기업인이 재산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세운 대학이 많다. 대부분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이 돼 사회 각 분야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수준의 장학금이나 기부금을 낸 사람은 많다. 하지만 3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서 대학을 설립한 사례는 많지 않다. 어떤 기업이든 성장과 발전을 이루려면 인재의 힘이 필수다. 조 회장의 대학설립은 사회의 도움으로 기업을 일군 사람이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보여준다. 대학설립자와 추진위원들이 처음 만난 날 그는 왜 대학을 설립하려는지 말했다. 미중갈등처럼 동양과 서양이 대립하고 충돌하면 인류사회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지구촌 공동체의 화합과 상생발전을 이끄는 인재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런 설립취지는 대학인재상과 교육과정에 투영됐고 앞으로도 대학경영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세계적 대학의 공통점은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명확히 하고 여기에 대학의 역량을 모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태재대는 이미 일류대학이 되기 위한 토대를 갖춘 셈이다.
둘째, 대학설립에 전직 총장과 대학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지금은 대학법인 이사와 감사, 초대총장을 맡고 있다. 해외에는 총장이 10년 이상 대학을 경영하면서 발전을 주도하고 성과를 창출한 사례가 많다. 우리는 4년으로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경영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다르다. 지도자로서 경험과 식견이 쌓여야 하고 인적네트워크와 정치력도 겸비해야 한다. 태재대는 우리 대학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설립했다. 고등교육 생태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혁신모델을 만들자는 공감대도 있었다. 앞으로 대학의 변화를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기대한다.
셋째, 대학설립 과정에서 미네르바 사람들과 많은 토론을 했다. 미네르바대학 모델의 강점이 잘 짜인 교육과정과 혁신적 교수법임을 알게 됐다. 교육과정은 가르칠 내용을 체계화한 것으로 교수와 학습활동의 토대다. 우리는 이를 교수의 손에 맡겨둘 뿐 교육적으로 깊이 검토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미네르바 교훈 덕분에 '태재 교육과정'은 1학년 교양교육부터 전공 교육과정까지 정교하게 구성될 수 있었다. 미래세대를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는 것, 즉 '학생의 성공'이 대학의 사명이라는 생각도 이를 뒷받침했다. 태재대가 학습지원은 물론 대학적응과 진로상담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태재대는 고등교육법상 원격대학이다. 그러나 교육과정과 학생지원 체계를 보면 일반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태재는 고등교육에서 '탈경계 시대'를 열고 겉모습 아닌 좋은 교육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태재대가 성공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타성에 젖은 대학사회에 충격을 주고 대학의 미래가 무엇인지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서울시 교육명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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