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갈 길 먼 ‘안전 선진국’
관리감독·안전시설 점검 강화… 책임 다해야
세차게 쏟아내린 비가 미호강 둑을 무너뜨리고, 물살이 지하차도를 지나려던 차량과 가족을 덮친 오송 지하차도 현장엔 애통함이 가득하다. 1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너나할 것 없이 인재(人災)라고 말한다. 3년 전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빼닮았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부나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시민의 역할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 지하차도에는 배수펌프 외에 별도 침수에 대한 안전시설이 없는 것과 대비된다. 재난 예산 편성에서도 선진국은 예방·대비에 70~80%를 편성하고 그 나머지를 대응·복구에 편성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대이다. 대응, 복구부문의 실적이 즉각 나타나는 탓이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의 결과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정책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예산 편성을 하기 바란다.
2020년 부산 지하차도 사고 이후 우리 정부도 뒤늦게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설·원격 차단장치 설치 △내비게이션 회사와 지하차도 통제 상황 실시간 공유 △상황전파시스템 구축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참사는 또 되풀이됐다. 오송 지하차도를 포함하여 아직까지 자동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하차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책만 마련한 채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등 지자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소홀히 한 탓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안전분야의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안전대책 수립뿐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지자체의 업무 수행능력을 개선하고 성과를 적극 높여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호우경보가 내리면 무조건 지하차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닌 데다 워낙 짧은 시간에 하천 물이 유입되다 보니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3년 전 대책으로 내놓은 자동차단시설만 그곳에 설치했다면 물이 급속히 지하차도로 밀려들어오더라도 자동으로 차량 통제를 할 수 있어서 이번 같은 참사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지하차도에 배수펌프도 4개나 있었지만 전기가 차단돼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사고가 인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하차도는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안전시설 등에 대한 점검을 시설하여 비상시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지자체는 지하차도 등의 안전관리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시민들 역시 ‘매의 눈’을 가지고 정부나 지자체가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감시·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잘못되거나 늦장을 부리는 것이 보인다면 안전신문고 앱 등을 통해 바로바로 신고하는 투철한 시민안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전훈련이 있을 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정부, 지자체, 시민들은 경제 선진국보다 안전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먼저 갖추어서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기대한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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