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전협정 70주년과 지정학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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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종전 70주년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은 정전협정으로 멈췄다.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을 통한 통합억지(integrated deterrence)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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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되풀이 안 할 지혜 모아야
박희권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올해는 종전 70주년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은 정전협정으로 멈췄다. 그러나 한반도는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제법 전문가는 일반적 정전이 ‘전쟁의 사실상 종료’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정전으로 전쟁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협정 체결 이후 성립된 휴전체제가 상대적 평화를 가져왔으나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채 기술적 전쟁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현대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서구에서는 6·25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쟁에 비해 역사적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고, 계속되는 분단 상태와 언론의 관심 저하로 여론에서 멀어진 탓이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는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다.
역사상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주변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 패권 경쟁의 희생양이 됐다. 6·25전쟁은 내전으로 시작했지만 곧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소련은 남침을 승인했고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 기치하에 참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전투병을 파견해 싸웠다.
최근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대결 구도가 공고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동맹을 통한 통합억지(integrated deterrence)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핵을 ‘정권 생존의 필수 수단’으로 여기는 북한이 정치, 군사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우발적 핵공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강대국 대결 정치는 냉전과 다른 양상이다. 우선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이념 경쟁이 아니다. 강대국 간 핵전쟁 위협도 없다.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다. 한국이 직면한 도전은 지정학적 대결을 넘어 훨씬 복합적, 다층적이다. 그럼에도 지정학의 귀환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북한 간 대립과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러가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제재 부담을 완화해 북한의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 상임이사국 간 분열로 안보리의 집단안보체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은 계속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다.
한 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은 다양한 모순과 딜레마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우선순위 조정과 이익 교환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우리에게도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러와의 전면적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 지정학적 경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협력적 외교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의 비전과 철학도 정립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6위권 종합국력을 가진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한·미 동맹은 6·25전쟁 당시 후견-피후견인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으며 안보동맹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역량과 위상을 가진 한국은 동북아의 이슈 해결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베트남전쟁을 체험한 퓰리처상 수상 작가 비엣타인응우옌은 말했다. “모든 전쟁은 두 번 치러진다. 첫 번째는 전쟁터에서, 다음에는 기억 속에서.” 역사는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할 때 발전한다. 우리가 6·25전쟁을 기억하고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은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은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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