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하지 말자"더니…여야, '수해 책임·김건희 명품쇼핑 의혹' 충돌
국민의힘 "민주당, 재난의 정쟁화 멈춰야"
민주당 "명품쇼핑 의혹, 대통령실 답해야"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여야는 수해 복구에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하지만 수해 책임론을 둘러싼 정쟁의 조짐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수해 책임을 '정부의 부실한 재난 대응'으로 규정하고 비판에 나섰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순방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공세의 범위를 넓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쟁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정쟁을 자제하면서 내부 단속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국민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비하려 했으나 대규모 산사태와 지하차도 침수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오늘과 내일도 집중호우가 예보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대통령의 말씀대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만전을 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이른 시일 안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겠다고 한 만큼 국회 역시 모든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며 "우리 당도 수습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의원님들의 해외 출장 자제 요청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최대한 책임감을 갖고 재난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다음 주에도 수해 복구 관련 상임위를 운영하고, 정쟁을 하지 않도록 민주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민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한 만큼 의원님들의 언행에도 신중할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4대강 보 해체'와 '태양광 사업'을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자원 관리를 국토교통부가 아닌 환경부가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강의 물그릇을 확대하는 지류 정비 사업을 재개하고, 무리하게 해체하거나 개방한 4대강 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막무가내식 태양광 개발을 위해 산림을 벌목한 것도 이례적인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의혹을 적극 엄호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리투아니아 언론 보도를 보면 (김 여사의) 행보가 젊고 (김 여사는) 패션 감각 있는 셀럽이라고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어 "대통령 부인의 행보 자체가 하나의 외교적 행보"라며 "수해 피해가 극심할 때 언론에 공개된 탓에 논란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가게 직원이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을 뿐'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선 "수세적인 변명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아쉬운 표현이 있었다"면서도 "민주당 쪽에서는 김 여사와 관련되면 (김 여사를) 악마화하는 게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와 신속한 지원을 촉구하면서도 이번 참사가 정부의 부실한 재난 대응으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챙겼으면 수해는 줄었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영부인부터 '수신제가'해야 '치수평천하'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방 하천 지원을 위한 하천법과 도시 홍수 대책을 위한 도시침수방지법도 그만 뭉개라"며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의 도시침수방지법을 개선 과제로 채택해 놓고 반년 이상 부처 싸움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민주당은 특별재난지역의 조속한 지정, 실질적 피해 지원, 풍수해 보험 확대, 재난 관리 기금 설치 등 제도 보완을 적극 챙기고 피해 복구를 위해 필요한 협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를 '이태원 참사'에 빗대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충북과 청주시는 도로 하천 관리 책임을 서로 미뤘고, 재난안전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며 "기계, 장비, 사람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작동해야 할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궁평지하차도 참극은 이태원 참사와 판박이"라며 "위기 징후가 있었고, 신고가 있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궁평지하차도에서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일 그 시각, 대통령은 파괴와 살상이 이뤄지는 전쟁터에 가서 무기 판매를 위해 노력하고 전후 복구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평화와는 거리가 먼 일들을 했다"며 "대통령은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할지 국민 생명 파수꾼 1호를 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사고가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반복되는 것이냐"며 "하위 공무원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책임을 떠넘기고 빠져나갈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한 문제를 찾아 개선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준병 민주당 원내부대표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 대비와 통제를 확실히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인명피해, 가옥 파손,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사전 대비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많은 인명피해를 낸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사전 교통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했다. 안이한 대처가 불러온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순방 중 김 여사의 명품 쇼핑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각국 정상들의 치열한 외교 현장에 동행한 대통령 부인이, 국가공무원인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명품 매장을 다섯 곳이나 둘러보며 쇼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라는 것이 어떻게 정쟁인가"라고 질타했다.
강 대변인은 "국민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 정부의 최소한의 도리 아니냐.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을 죽어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고집 피우려는 것이냐"며 "대통령실은 국민의 물음을 뭉개지 말고 국민들께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해명하고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실은 논문 표절,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명품 쇼핑까지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답하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있으니 정말 뻔뻔하다"며 "김 여사에 대한 의혹에 답하길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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