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상처받은 비니시우스가 상처받은 멘디에게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삶이란...상처의 연속이다.
아무리 행복한 사람도 살다 보면 상처받기 마련이다.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농도가 결정된다.
최근 세계 축구계에서 엄청난 상처를 받은 두 명의 선수가 있다. 먼저 비니시우스다. 그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이자 브라질 대표팀 미래를 이끌 주역. 미래가 창창한 이 스타에게도 큰 상처가 찾아왔다.
바로 인종차별이다. 비니시우스는 숱한 인종차별로 고통을 받았다. 그는 일부 팬들에게 원숭이로 불렸다. 그리고 교수형을 당한 듯한 비니시우스의 인형이 발견되기도 했다.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최근 벌어진 이 사건은 세계적인 공분을 샀고, 세계 축구계에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노란색 유니폼이 상징인 브라질 대표팀은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검은색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벤자민 멘디다.
멘디는 지난 2021년 8월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9세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또 24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 여성 5명을 상대로 총 7건의 성폭행 혐의가 있었다. 멘디는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1월 열린 재판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받았으나,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들이 평결에 이르지 못해 재심이 열렸다. 그리고 지난 15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년 여간 성범죄자로 찍힌 낙인이 풀린 것이다. 그러자 멘디는 눈물을 흘렸다.
멘디의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소문보다는 증거에 집중한 배심원단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멘디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올바른 평결이 나와 기쁘다"고 밝혔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멘디의 억울함. 그 크기는 멘디의 눈물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성범죄자라고 손가락질을 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그 손가락질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무죄.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그의 선수 커리어도, 한 인간스로서의 커리어도 모두 망가졌다.
큰 상처를 받은 두 명의 선수. 비니시우스는 멘디에게 공개적인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받은 상처가 컸음에도, 다른 상처를 받은 동료를 위로한 비니시우스였다. 사실 두 선수의 인연은 없다. 조국도, 소속팀도 다르다. 같은 팀에서 뛴 경험이 없다. 같은 건 상처 받은 마음. 그리고 그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그 의지를 북돋아 주고 싶은 것이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멘디. 당신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2년의 커리어를 잃었습니다. 그렇지만 축구 선수로서 커리어는 작은 것입니다. 심리적 피해, 정신적 고통은 더욱 클 것입니다. 당신의 삶은 예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회가, 이 문화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본적인 방어권을 갖지 못한 채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하나요. 사실관계를 검증하지 않고,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이 가짜뉴스가 퍼지다 보면 상황이 더욱 악화됩니다.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진 이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할 때입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비니시우스, 벤자민 멘디.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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