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해입은 충북 괴산 원이담 마을 주민들…“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황송민 2023. 7. 1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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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충북 괴산군 감물면 원이담마을에 들어서자 쓰레기 더미와 마주쳤다.

육군 37사단 2161부대 장병과 자원봉사자가 아침부터 주민들의 집에서 가져온 가재도구들이었다.

원이담마을은 15일 새벽 괴산댐이 400㎜가 넘는 집중호우에 수문 7개를 모두 열어 초당 2700t의 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침수 피해를 당했다.

안진수 이장(58)이 집마다 찾아 다니며 주민들을 깨운 덕분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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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수해에 망연자실
괴산댐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
수해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필요
충북 괴산군 감물면 원이담마을의 김홍년씨(86)가 갑작스러운 수해가 믿기지 않는 듯 의자에 앉아 텅 빈 마당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18일 오후 충북 괴산군 감물면 원이담마을에 들어서자 쓰레기 더미와 마주쳤다. 육군 37사단 2161부대 장병과 자원봉사자가 아침부터 주민들의 집에서 가져온 가재도구들이었다. 굴착기는 오늘 모든 쓰레기를 옮기겠다는 듯 굉음을 내며 바삐 움직였다.

원이담마을은 15일 새벽 괴산댐이 400㎜가 넘는 집중호우에 수문 7개를 모두 열어 초당 2700t의 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침수 피해를 당했다. 이로 인해 달천의 물이 제방을 넘어 마을을 덮쳤다. 높아진 달천 수위에 마을 하천도 역류해 피해가 커졌다. 

안진수 이장(58)이 집마다 찾아 다니며 주민들을 깨운 덕분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대피에 주민들의 보금자리와 살림살이는 모두 물에 잠겼다.

집 앞에 쌓아 놓은 가재도구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김홍년씨(86)는 “혹시나 쓸까 싶어 버리지 않고 놔뒀는데, 흙탕물을 뒤집어써 아무래도 버려야 할 것 같다”며 “냉장고 반찬도 다 상하고, 먹을 쌀도 흙과 뒤섞여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가슴을 쳤다.

이사 온 지 15일 만에 수해를 당한 한창례씨(73)는 “아들 내외·손주와 행복한 농촌 생활을 꿈꾸며 귀농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갑자기 당한 재해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무엇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했다.

육군 37사단 2161부대 소속 굴착기가 흙탕물을 뒤집어쓴 주민들의 가재도구를 옮기고 있다.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괴산군에서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예전 삶으로 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간 살림살이 하나 남지 않은 집을 살펴보던 김종숙씨(50)는 “군의 지원금으로는 새로 도배하고 장판을 깔기에도 부족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수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안명옥씨(55)는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예보가 많았는데, 댐의 수위 관리에 실패해 온 마을이 난리가 났다”며 “괴산댐과 달천의 제방을 높여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땅거미가 깔리자 시끄러운 굉음을 내던 굴착기도 멈추고, 도움을 주던 사람도 떠났다. 주민들은 텅 빈 집을 뒤로 한 채 하나둘 임시 대피소로 다시 향했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감물면 주민 40여명은 임시 대피소에서 일상으로 복귀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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