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과 ‘억지의 한계’[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군의 침공을 예상할 수 있었으니 상징적으로 소수의 미군 부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면 아마도 침공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경고했을 뿐 행동하지 않았다.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고, 그것 이상으로 미국과 유럽이 공유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토대로 한 억지 전략의 틀을 허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억지의 한계’다.
대한민국이 탄생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롭게도 아시아태평양지역 냉전 전략 입안자였던 조지 케넌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과 더글러스 맥아더 미 극동군 총사령관은 잠재적 공업지대인 일본과 군사적 전진 거점인 오키나와, 괌의 전략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한반도 같은 아시아 대륙의 큰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 대(對)소련 전쟁을 가정할 경우 당시 남한에 주둔했던 미군 2개 사단 병력 5만5000명은 철수 말고는 할 게 없는 부대였다. 유엔 감시하에 총선을 거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는 전망도 미군의 철수 결정을 재촉한 측면이 있었다.
다만 미군 철수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1947년 6월) 발족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두 차례 검토를 거쳐 1949년 3월 작성한 국가안보문서 NSC 8로 시작해 이를 수정한 NSC 8/2로 철군이 채택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최초 전략 문서 NSC 48/2가 채택됐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군사적 관여를 철회했음에도 미국의 한국 관여는 오히려 확대됐다. 유엔 권위 아래 남한 지역에 수립된 대한민국에 정치, 경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고 공산주의 확산을 막아야 하는 새로운 책무가 미 정부에 생긴 것이다.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의 유명한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은 그 2주 정도 전에 채택된 NSC 48/2 내용을 평이하게 해설한 것이었다. 애치슨은 알류샨 열도(미 알래스카 최서단)와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열도를 연결하는 지역을 불퇴(不退) 방위선(Defensive Perimeter·일명 애치슨 라인)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방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선언했지만 ‘태평양 다른 지역의 군사적 안전에 관한 한 누구도 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지도자들은 아태 지역에서의 공산주의 위협을 소련군에 의한 ‘군사적 공격’과 국지적 ‘전복 및 침투’로 명확히 구분했다. 그중 후자는 ‘군사적 수단에 의해서는 저지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활한 전략적 현실주의자였던 스탈린에게는 미군이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마찬가지로 현지 세력을 이용해 한반도 남쪽 절반을 병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이때 미국은 ‘억지의 한계’를 돌파했다.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오히려 제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공산주의 진영의 도전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애치슨에게는 스탈린이 유엔 권위에 노골적으로 도전한 것이 중대했고, 이란도 그리스도 아닌 한반도를 택한 것이 의외였다. 미군이 점령한 일본에 인접해 있다는 의미에서 한반도는 곧바로 미군을 파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트루먼 대통령은 중국군이 개입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3년에 걸친 대전쟁 끝에 한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얻었다. 지난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전쟁이 끝난 이후로 미뤄졌다. 그 전에 또 다른 치열한 전투와 긴 휴전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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