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사실상 국가기관"…엘리엇 중재 판정문에 다툴 여지

황두현 기자 2023. 7. 18. 22:5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패소한 데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본 국제상설재판소(PCA)의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개별 기관'에 불과해 국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은 개별 기관에 불과해 국가 또는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가지지 않으므로, 정부 판단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삼성물산 합병 찬성한 개별 기관 불과" 주장 인정 안 해
한동훈 "한미 FTA가 예정하지 않은 '사실상' 개념 적용 부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3.7.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패소한 데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본 국제상설재판소(PCA)의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개별 기관'에 불과해 국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8일 법무부가 공개한 ISDS 사건 판정문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은 기능적 및 재정적으로 당사국(한국)과 연결된다"며 "사실상 국가기관이므로 그 행위가 한국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은 개별 기관에 불과해 국가 또는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가지지 않으므로, 정부 판단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사실상 국가기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 엘리엇 측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이 명목상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일 뿐 사실상 취득주체는 국가인 데다 정부의 재원 조달과 지휘감독 아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한국법상 국가기관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 또 법인으로 설립되었으므로 국제법위원회(ILC)에 따라 공식적 또는 법률상 국가기관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사안이 종결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을 정부 측으로 본 배경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우선 이 사건에 적용된 한미FTA 협정 11.1조 3항은 한국법을 언급하지 않고 있어 기관의 국가 간주 여부는 법 외의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국민연금이 관련법(국민연금법)에 의해 설립된 사실도 들었다.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은 한국과 별개의 법인격이지만 지방자치단체 역시 별개 법인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국가기관"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국가에 귀속되는 연금을 관리·운용하고 있고, 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때 주식 취득 주체는 연금공단 자신이 아닌 국가라고도 설명했다.

또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기금을 납부하고, 공단 운영경비가 국가 예산을 통해 조달되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정부(보건복지부장관)가 주요 임직원을 임명·감독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정부는 이날 중재판정부의 이 같은 판단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재판부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는 논리를 폈다"며 "한미 FTA가 예정하지 않은 '사실상'이라는 개념으로 정부 책임을 이야기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FTA 체결국인 미국 역시 이 사건 의견서를 통해 '국가 권한을 위임받은 비정부기관 조치는 정부 권한을 벗어난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는 점도 강조했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하고 7억7000만달러(환율 1288원 기준, 9917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 당시 정부 개입으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자신을 포함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엘리엇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 원금과 이자, 법률 비용을 포함하면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해야 할 액수는 약 1300억원으로 추산된다.

ausu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