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견학하던 미국인 군사분계선 넘어 월북

유엔사 "北 구금…해결 노력"
판문점 통한 무단 월북 처음
美·北 대화 재개 불씨 될 수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 중이던 미국인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고 유엔군사령부가 18일 밝혔다. 월북한 미국인은 JSA 중간에 위치한 푸른색 가건물(회담 장소) 사이로 MDL을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총격을 비롯한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엔사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JSA 오리엔테이션 투어에 참가 중이던 미국인 1명이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지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유엔사는 "현재 그(월북 미국인)는 북한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미국인은 유엔사 측이 주관하는 견학 일정 도중 무단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JSA에서는 유엔사와 통일부가 각각 별도의 시간대에 견학을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해당 미국인이 MDL을 넘은 구체적인 경위나 이유, 전후 상황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JSA에서는 근무 중이던 북한 병사나 취재하던 옛 공산권 국가 언론인 등이 월남한 사례는 있었다. 2017년 11월 북한군 소속 하전사(병사)인 오청성 씨가 판문점을 지나 귀순하려다 이를 막으려는 북한군 병력에게 총상을 당한 채 한국군에 구조되기도 했었다. 남북 접경지역에서 복무 중이던 일부 주한미군 병사가 월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JSA 남측 지역에서 관광객이 무단 월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측이 무단 월북한 미국인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미·북 관계 경색 국면을 감안하면 북측이 해당 미국인에게 간첩죄 등을 적용해 중형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앞서 구금 도중 사망해 양국 간 큰 걸림돌이 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를 감안하면 북한이 월북한 미국인의 건강 상태와 식사 등을 철저히 관리할 개연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돌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사태가 미·북 양측 간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양측이 해당 인물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미국 측 전·현직 고위급 인사가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09년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재 도중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이던 2018년 5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뒤 북측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한 바 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