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 쉼없는 도전… 세상에 없던 K정수기 만들다 [연중기획-K브랜드 리포트]

이지민 2023. 7. 1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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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청호나이스
얼음·커피 정수기… 출시마다 ‘히트’
용접만 23년 등 숙련 근로자가 자산
월 평균 2만대 생산 능력 숨은 비결
2023년 해외 매출액 전년보다 70%이상 ↑
“프리미엄급 수출 생산라인 별도 구축
11월부터 가동… 세계시장 공략 박차”
“에어컨, 냉장고보다 만들기 까다로운 게 정수기입니다. 제품 크기는 더 작은데 필요한 기능은 더 많기 때문이죠.”
 
12일 충청북도 진천군 청호나이스 공장에서 유점석 제조본부 부장이 63m 길이의 공장라인 앞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충청북도 진천군 청호나이스 공장 쇼룸에서 12일 김영생 청호나이스 제조본부장(상무)이 부품이 해체된 ‘에스프레카페’ 앞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커피머신과 얼음정수기가 결합한 에스프레카페는 2014년 청호나이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제품이다. 진천=이지민 기자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차가운 온도만 조성하면 되는 가전이지만 정수기는 냉수, 미온수, 뜨거운 물에 얼음까지 만들어야 한다. 부품 조립도 더 정교하다.
 
유 팀장은 “정수기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최소 100개가 넘는다”고 했다.창립 30주년을 맞은 청호나이스는 전 세계 6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이상 증가하는 등 성과가 두드러진다.
 
전체 매출액의 5%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액 비중이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조 현장도 이에 맞춰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청호나이스 창립 30주년을 맞아 5월 출시된 직수얼음정수기 ‘뉴 아이스트리’. 청호나이스 제공
◆월 2만대 생산…‘용접 23년’ 숙련 근로자가 자산

정수기 업계는 여름이 성수기다. 예전보다 계절적 편차가 줄긴 했지만 통상 정수기는 5∼8월 판매량이 다른 달과 비교해 20% 많다. 특히 올해는 수출이 늘어 진천공장은 이달부터 품질 검사 물량을 기존의 두 배로 확대했다. 이날 오후 1시 반 진천공장 1층에서 라인 위를 오가는 직원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여 완연한 성수기임을 보여줬다.

라인에 놓인 미완의 제품은 지난달 출시된 실속형 ‘냉온 정수기 토타’였다. 토타는 넉넉한 정수 용량과 가격 부담을 낮춘 중저가형 제품이다. 유 팀장은 “연구개발부서가 따로 있지만, 이 제품은 제조본부에서 자체 개발한 것”이라며 “고물가 시대에 기본 구성을 충실하게 해 소비자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라인 첫 번째 작업단에서는 콤프레셔(압축기) 조립이 이뤄진다. 냉매를 압축해 냉기와 얼음을 만드는 콤프레셔는 정수기의 ‘심장’에 비유된다. 콤프레셔 작업단을 지나면 우리 몸의 ‘혈관’에 해당하는 열교환기다. 열교환기는 온도를 차갑고 뜨겁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충청북도 진천군 청호나이스 공장 1층에서 12일 청호나이스 직원들이 ‘냉온정수기 토타’에 들어가는 콤프레셔(압축기)를 조립하고 있다. 진천=이지민 기자
2만400㎡(약 7200평) 규모 공장에서 부품 조립부터 운반까지 라인 하나에 투입되는 인력은 70명이다. 한 시간에 생산되는 제품 수는 100대가량으로, 하나의 라인에서 탁상형 정수기부터 대형 스탠드 얼음정수기까지 모든 제품이 만들어진다. 하루에 4~5번 라인을 교체해 생산 제품을 바꾸는데, 라인을 교체할 때 생산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이다. 작업 효율성이 높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유 팀장은 라인 교체 시에도 생산 속도가 줄지 않는 배경으로 ‘숙련도’를 꼽았다. 그는 라인 중간에서 용접하는 근로자를 소개하며 “이 자리에서 용접만 23년 하신 분”이라고 했다. 근로자 한명 한명의 성실함이 월평균 2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지금의 진천공장을 만든 셈이다.
멀티라인이 구축된 2층으로 올라가면 ‘품질은 데이터 너머에 있다’고 적힌 플래카드가 복도 가운데 걸려 있다. 그 아래 마련된 공간은 지난해 8월 구축한 ‘품질확보시험실’이다. 제품 출시 전 설치 환경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고 환경 변수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제품 성능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일례로 덥고 습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에서 얼음정수기를 설치할 때 별도 문제가 없는지를 이곳에서 사전에 연구할 수 있다.
◆해외 수요 늘어 수출 전용 라인 구축

현장에서 제품의 최종 품질을 책임지는 김영생 청호나이스 제조본부장(상무)은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으로 지난 5월 출시한 직수얼음정수기 ‘뉴 아이스트리’를 꼽았다. 이 제품에는 국내 유일 기술인 필터 역세척 살균시스템이 적용됐다. 살균 기능을 누르면 필터 내부 살균 세척을 위해 정수되는 흐름의 역방향으로 살균수가 필터 내부로 유입된다. 김 상무는 “정수기 가로 길이가 25.4㎝에 불과하지만 얼음 저장 용량은 국내 최대인 900g”이라며 “얼음, 정수, 냉수 등 모든 기술이 집약돼 품질 확보 과정이 쉽지 않았고 그만큼 많은 노력을 쏟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에서 개발과 품질 분야에서 각각 15년씩, 총 30년간 근무한 뒤 2년 전 청호나이스로 자리를 옮겼다. ‘왜 청호나이스를 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기존 제품을 벤치마킹하지 않고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드는 소위 ‘창신’(創新) 정신에 끌렸다”고 답했다.

대표적으로 정수기의 역사를 새로 쓴 제품이 얼음정수기다. 청호나이스는 2003년 ‘아이스콤보’를 출시하며 세상에 처음으로 얼음정수기를 내놨다. 이후 다양한 크기의 스탠드형 얼음정수기, 커피얼음정수기 등을 출시하며 업계의 판도를 바꿔놨다. 2014년에는 국내 유일하게 얼음이 나오는 커피머신 ‘에스프레카페’를 출시해 현재까지 총 8종의 모델을 내놨다.

올해 청호나이스의 목표 중 하나는 프리미엄급 수출 생산라인을 별도로 만드는 것이다. 늘어나는 해외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전체 해외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상반기 매출액은 이미 전년 전체 매출액을 돌파했고, 싱가포르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0% 넘게 뛰었다. 김 상무는 “국내 유통되는 제품과 수출용 제품이 혼용돼 생산되고 있는데 이를 분리해 수출 전용 라인을 갖출 계획”이라며 “공장 1, 2층에 있는 생산라인을 3층에도 새로 구축해 11월부터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천=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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