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신 ‘꿀맛’ 어때요” 음식점 혐오 간판 바꾼 전주지역 초등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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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한 초등교 어린이들의 진심 어린 제안을 담은 한 통의 편지가 음식점 사장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주 풍남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을 대표해 황건하·차노영 군이 인근에 자리한 한옥마을 내 음식점을 돌며 학생들이 쓴 손편지를 전달한 것은 지난달 30일.
학생을 대표한 황 군 등은 지도 선생님과 함께 '마약00'이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방문 취지를 설명하고 편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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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들어간 간판을 ‘소문난’, ‘꿀맛’ 등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요?”
전북 전주시 한 초등교 어린이들의 진심 어린 제안을 담은 한 통의 편지가 음식점 사장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 어린이는 편지에서 “학교에서 마약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정말 위험한 것 같아요. 마약은 정말 무서운 물건인데, 이런 단어가 들어간 간판이 많아 친근해지면 안 될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어린이는 “마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손님이 안 올 것 같아요. ‘꿀맛’과 같은 친근한 간판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이런 의견은 최근 학교 측이 ‘약물 예방 교육주간’을 운영하면서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옥마을 마약 음식점 광고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한 토론수업의 결과물이다. 학생 71명은 김도신 보건교사 지도로 학교 인근 상가에 내걸린 '마약00' 광고 문구에 관해 각자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 교사는 “최근 학교 주변에서 '마약00'이라는 광고문구를 쉽게 볼 수 있어 이런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토론에서 논의한 생각들을 정리해 각자 편지글로 작성했다. 내용은 대부분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마약00'이라는 광고 문구가 자칫 마약을 쉽게 여기게 하고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 음식점 사장이 “학생들의 제안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직접 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이 즐기는 간식과 함께 답장 편지를 전하고 “마약’ 대신에 학생들이 제시한 홍보문구로 바꾸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은 학생들에 대한 답신을 통해 “가게를 잘 설명하려는 마음으로 붙인 광고였는데, 마약이라는 말이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어린이들이 용기를 내 좋은 의견에 마음이 뭉클했고 창의적인 생각에 여러 번 감탄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또 “대안으로 제시한 이름을 모두 쓰고 싶을 만큼 재밌고 아이디어도 최고였다”며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많으니 전주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은 “우리가 간판을 바꿀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너무 기뻐요”며 “좋은 결심을 해주신 사장님께 감사드려요”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한편,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에 '마약' 표현이 들어간 음식점은 국내에 200곳 정도다. 지난해 국내 수사 당국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 수는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사회적으로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김밥이나 떡뽁이, 치킨 등 식품이나 음식점에서 즐겨 쓰는 중독의 의미를 지닌 ‘마약’ 용어가 자칫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의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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