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버려라"…신동빈 롯데 회장, 포트폴리오 전환 주문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언러닝 이노베이션(Unlearning Innovation). '재계 5위' 타이틀을 내려놓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택한 새로운 경영 키워드다.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현재는 통하지 않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버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롯데는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23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진행했다. 신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전망', '생성형 AI(인공지능) 의미와 비즈니스 활용'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경영 환경 변화를 촉진하는 외부 요인을 점검하기 위함이다. 이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상반기 경영 실적을 돌아보고 해외 사업 전략, 효율적 투자 집행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롯데 CEO들은 각 계열사가 진행 중인 신성장 동력 육성 현황과 계획을 공유했다. 유통군은 그로서리 등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식품군은 푸드테크를 활용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롯데헬스케어는 맞춤형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즐'의 오픈을 준비 중이다.
신 회장은 외부 강연과 각 사업군 전략 발표가 끝난 후 가장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롯데그룹은 실적 부진과 일부 계열사 신용등급 하락으로 '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5위였던 재계 순위도 포스코에 밀려 6위로 내려간 상태다.
이에 신 회장은 CEO들에게 포트폴리오 새 판짜기를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 3가지 경영 방침을 당부했다.
먼저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성장, 고수익 사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부합하는 사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달라"며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출된 이익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자에 대해서는 "시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무형자산, 기술, 인재 등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잘 판단해야 한다"며 "투자할 때 투입되는 자원과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국내 경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경제 블록화, 고금리·물가상승, 기술 발전 가속화 등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동남아시아 같은 신성장 시장과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AI는 PC·인터넷·모바일처럼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단순히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이를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직문화 혁신과 공정한 인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실력만 보고 입단 1, 2년차의 신인 선수를 중용해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롯데자이언츠 사례를 들며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시켜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며 Unlearning Innovation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저와 함께 변화의 중심에 서 달라"는 당부로 VCM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자리했다.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 참석이다. 최근 신 상무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회의 참석 전에는 롯데홈쇼핑 현장을 방문하는 등 3세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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