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강요 있어"vs"그런 적 없다"…어른들 싸움에 죽어서도 우는 가을이

노경민 기자 2023. 7. 18. 21: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친모와 함께 거주한 지인 "친모가 가을이 자주 때려"
친모 "동거부부·지인이 성매매 압박…가을이 때리기도"
부산 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DB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4살 딸 가을이(가명)에게 밥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학대·방치로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사망 책임자들이 계속해서 엇갈린 진술을 펴고 있다.

폭행 여부 및 횟수 등에 대한 상반된 진술로 재판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어른들의 싸움이 학대로 숨진 가을이에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2차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8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동거 부부 C, D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지인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었다.

A씨는 친모 B씨와 함께 거주했던 동거 부부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2021년 3월 출소 후 약 3달간 같은 집에서 함께 살다시피 한 인물이다. B씨와는 집을 자주 드나들면서 알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성매매를 지시하거나 압박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B씨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A씨는 B씨를 때린 사실은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B씨가 가을이를 폭행할 때만 화가 나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아침에 가을이가 B씨한테 '배고프다'고 깨우는데 B씨가 '자는데 왜 깨우냐'며 엉덩이 부위를 강하게 때렸고 아이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을이가 살아있을 적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고 회상하며 잠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동거 부부가 이사 간 이후로는 B씨나 가을이를 몇번 보지 못했고, 나중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가을이 사진을 보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반면 B씨는 이날 법정에서 "A씨가 동거 부부와 함께 사람, 나이 가리지 말고 성매매를 빨리 나가라고 압박했다"며 "A씨한테 폭행을 당해 멍든 상태로도 성매매에 나간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가 가을이를 때린 적도 있다. 음식을 몰래 먹거나 대답을 잘 안 하면 내가 보는 앞에서도 때렸다"고 토로했다. 이는 'B씨는 때린 적이 있어도 가을이는 때린 적 없다'는 A씨의 진술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특히 이날 재판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오간 내용은 B씨가 잠시 연락을 끊고 모텔에 있던 사이 A씨 등 동거부부가 찾아왔을 때의 상황이다.

A씨는 평소와 달리 B씨가 성매매하러 나가고 3시간이 지나서도 연락이 닿지 않자 동거 부부와 함께 위치 추적 앱을 통해 B씨가 있는 모텔을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가 "그 정도면 감시 아니냐"고 하자 B씨가 성매매에 종사하는 만큼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봐 이전에 설치한 위치 추적 앱을 통해 B씨를 찾았다고 했다.

반대로 B씨는 "A씨가 모텔에 찾아와 '동거 부부와 싸워서 갈 곳이 없다'고 말한 뒤 방안으로 들어와 대답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얼굴을 때렸다"며 "동거 부부도 성매매를 가지 않았는데 왜 거짓말을 했냐고 추궁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와 B씨 간 상반된 진술이 잇따르자 재판부는 여러 차례 증인들에게 일관되게 진술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동거 부부 C, D씨에 대해 기존 아동학대살해 방조 혐의를 방조가 아닌 정범(범행을 실행하는 자)으로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들이 단순히 B씨와 동거한 게 아니라 사실상 가을이를 보호하는 지위에 있어 학대 행위를 방조하는 것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가을이의 친모 B씨는 2020년 9월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동거 부부 C, D씨의 권유로 가을이를 데리고 부산에 있는 이들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부산에 온 이후 B씨는 성매매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가을이가 사망하기 6개월 전부터는 하루 한번 분유를 탄 물에 밥을 말아준 것 외에는 따로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다. 가을이는 결국 지난해 12월14일 몸무게 7kg의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로 숨졌다.

B씨는 지난달 30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5월 B씨는 동거 부부에 대한 재판에서 처음으로 이들이 가을이를 폭행했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B씨는 그간 동거 부부의 가스라이팅으로 모든 것을 자신이 혼자 짊어지려 하다 뒤늦게서야 진실을 말한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