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네타냐후 초청한 바이든…중국의 중동 입김에 ‘고육책’
미, 이스라엘·사우디 관계개선 희망…방미 일정은 안 나와
사법부 무력화 정책과 팔레스타인 공습 등 이스라엘 극우 내각 행보에 불쾌감을 드러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아래 사진)를 초청하겠다는 뜻을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중동에 부는 중국의 강한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며 그를 미국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하며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미 일정과 장소, 초청 방식 등은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줄곧 거리를 둬왔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최우방국인 이스라엘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총리를 미국에 초청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 초청 여부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등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국의 파열음은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개편과 격화하는 팔레스타인 공격,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려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미 CNN과 인터뷰하면서 “네타냐후 총리 내각에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극단적인 의원들이 많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끝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한 배경엔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 백악관 중동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라고 진단했다.
지난 3월 중국 중재로 이란과 사우디가 손을 잡은 이후 예멘 내전 종전 협상,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내 중국 군사기지 건설 등 굵직한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예전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개선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마뜩잖은 네타냐후 총리를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법개편 저지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던 이스라엘 야권과 시민단체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미 민주당 인사들도 네타냐후 총리 초청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를 의식한 듯 커비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사법부 권한 축소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을 강조해왔다”며 “이스라엘 내각 일부의 극단적인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 여권은 바이든 대통령의 뒤늦은 초대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변수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다. 그는 18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19일 미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다. 정치적 실권이 거의 없는 명예직이지만, 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가교가 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알자지라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규탄하며 헤르초그 대통령 연설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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