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언제 돌아가려나”…매몰된 집 맴도는 이재민들
[앵커]
보신 것처럼 산사태로 머물 곳이 없어진 주민 수백 명은 낮에는 집에서 진흙더미를 치우고, 밤에는 대피소로 돌아와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이재민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산사태가 5미터 높이의 벽을 덮치며 집 안이 온통 엉망이 됐습니다.
집 주인 함경자씨가 연신 집에 묻은 진흙을 닦아냅니다.
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함명자/경북 예천군 진평리 : "청소도 해야 하고, 물이 많이 내려올까봐 걱정도 되고, 여기 설거지할 것도 많고요. 그래서 여기 지키고 있습니다."]
85살 김종태 할아버지도 빗속에서 집 정리에 여념이 없습니다.
혹시 건질만한 가재도구가 있을까 하나하나 꺼내 빗물로 닦아냅니다.
전기가 끊겨 어둡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걱정에 대피소로 돌아왔지만, 이내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김종태/경북 예천군 벌방리 : "고품, 서적, 유려한 서적이 있고 그래서. 놔두니까 마음이 안타깝고 그게 100년, 120년 가까이 된 서적을... 그래서 가져다 좀 챙겨놓고..."]
힘든 순간에도 할아버지는 본인보다 주변을 더 챙겼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복구하고 싶어 대피소와 집을 오고가는 이재민은 경북 예천에서만 백 여명이 넘습니다.
예천 지역에는 이렇게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주택 복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달려와 준 이들의 도움은, 그래서 고통의 크기만큼이나 큰 힘입니다.
[전어탕자/경북 예천군 벌방리 : "좋지요. 이런 일이 어디있어요. 반갑고 좋지.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어요?) 네... 많지요."]
폐허가 된 집을 맴도는 이재민들, 애타는 마음을 모르는 비는 오늘(18일)도 하루종일 쏟아졌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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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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