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ISDS 일부승소' 반대한 구성원 없었다…판정문 공개
"국민연금, 합병 찬성에 복지부 지침에 따른 것"
"엘리엇 투자 악양형 받을 것 합리적 예측 가능"
판정부 구성원 3명 중 반대한 이 없어…별개의견만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ISDS(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판정문이 공개됐다. 중재판정부는 사실상 국가기관인 국민연금의 표결로 인해 엘리엇이 부당하게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와 엘리엇 사이 ISDS를 담당한 상설중재법원(PCA·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은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각) 판정문을 공개했다.
판정부는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별개의견을 낸 판정부 구성원이 있었지만 판정부의 결론에 반대한 구성원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론스타 사건 때는 정부가 추천한 판정부 구성원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우선 판정부는 자신들에게 재판권이 없다는 우리 정부 측 주장에 대해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관할권이 미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관할권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이 사실상 국가기관이고, 따라서 그 행위가 한국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소수주주의 주주권 행사일 뿐이라는 주장은 "통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며 "국민연금은 독립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보건복지부의 지침과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판정 과정에서 제출한 서면과 이날 공개한 취소 신청 사유 등에서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판정부는 "국민연금은 정부 정책 실행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의 기관으로 행위했다"며 "국민연금의 행위가 정부 권한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사국의 투자자 또는 적용 대상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경우, 해당 조치 협정상 투자자 또는 투자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엘리엇의 투자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관할권 위반에 대한 항변은 모두 기각됐다.
판정부는 대법원의 국정농단 유죄 확정 판결문 등을 인용해 국민연금 행위 배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판정부는 "법원 판단은 박 전 대통령의 행정부가, 특히 '뜻하지 않은 엘리엇의 출현'을 배제시키는 등을 보건복지부에 지시함으로써, 합병 표결에 개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법원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였고, 합병에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한 이유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가 현안이었다는 국정농단 판결문을 인용했다.
판정부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죄 확정 판결문을 인용해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에 찬성하도록 결정하라'고 지시한 것, 홍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통해 국민연금이 개입한 과정도 인정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해 판정부는 "국민연금 표결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피해를 야기했다"며 국민연금의 표결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직접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판정부는 엘리엇이 ▲관할 ▲본안 ▲인과관계에서 승소했다고 판정했다. 손해산정 부분은 정부가 크게 승소했다고 봤다. 이를 종합해 판정부가 '정부는 엘리엇의 법률비용 78%를 지급하고, 엘리엇은 정부에게 법률비용 22%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판정 직후 엘리엇의 최초 청구금액 7억7000만달러 대비 손해배상금이 7%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93% 승소했다고 밝혔지만, 판정부는 정부 책임이 78%에 달한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우리 정부가 5358만6931달러(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 이자, 법률 비용 2890만3188(약 372억) 등 1억781만달러(약 1389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사안의 성격을 충분히 검토해보면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계산 오류로 손해배상금 원금이 약 60억원 증가했다고 보고 판정부에 정정도 요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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