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속인 미성년자에 술 팔아 법정 서는 영세업자들 [이슈+]
식품위생법은 미성년자에 속은 업주는 처분 면책해 줘
청소년보호법, 면책 조항 없어… 檢의 정상 참작에 기대
주류 판매자 피해 떠안는 구조에 불안에 떠는 자영업자
서울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월9일 서울남부지법 한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혐의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청소년 5명에게 소주와 맥주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미 A씨는 1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날은 항소심 선고기일이었고, 재판부는 A씨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형이 감형된 것이다.
A씨는 이들에게 술을 판 뒤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사건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그간 형사처벌 전력이 전혀 없었던 A씨는 이 일로 전과를 남기게 됐다.
18일 ‘2021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적발된 5116건 가운데 주류판매가 3381건(66.1%)으로 가장 많았다.
업주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을 때 적용받는 법은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 2가지다. 식품위생법은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면 행정당국이 업장 영업 취소나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청소년보호법은 주류를 판매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며 “청소년 주류 판매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어렵다”고 판시했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주들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이다 보니 업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미성년자 술 판매와 관련해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한 달에 10건 이상씩 꾸준히 올라온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2020년 7월 술집 등에 신분증 위조나 변조를 감별할 수 있는 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업주들이 위조 신분증을 쉽게 가려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난 14일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부모와 함께 온 미성년자가 술을 마실 경우 업주 처벌을 면해주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성인이 동석한 청소년에게 음주를 권유하는 경우 정작 동석자는 처벌하지 않는 반면 주류를 제공한 판매자만 처벌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경우 식품접객업자에 대한 면책조항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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