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 속에 어머니 계신데 또 비 온다니”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 마을에서 만난 A(29)씨는 나흘째 폭우 속에서 마을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 산사태로 토사가 집을 덮쳤을 때 실종된 어머니(62)를 찾으려는 것이다. 우산을 들었지만 비는 그대로 맞으면서 안절부절 이리저리 살피느라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A씨는 “여기 어딘가에 어머니께서 묻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미칠 것 같다”며 “제발 살아 계시기를 기도하며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폭우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경북 예천군 현장에서는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너져 내린 토사로 땅이 물러져 굴착기 등 장비가 거의 들어갈 수 없는 데다 수색대도 다리가 무릎 높이 이상 푹푹 빠지는 바람에 수색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19일까지 비가 250㎜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실종자 가족이나 복구를 기다리는 이재민들은 속이 타 들어가고 있었다.
예천군 백석리 수색 현장은 오전 5시 30분부터 2교대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소방대원과 초소형 굴착기 1대가 2인 1조로 움직였다. 굴착기가 살살 흙더미를 덜어내면 그 주변을 소방대원이 탐지봉으로 찔러 시신을 찾고 있었다. 덤프트럭이 들어올 수 없다 보니 쓰레기를 치울 수 없어 수색 현장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한 소방대원은 “흙이나 쓰레기를 치워가면서 수색을 해야 정리가 되는데 트럭이 못 들어오니 마을 전체가 전쟁터처럼 어지럽고, 했던 곳을 또 뒤지는 등 수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산사태 현장은 대부분 경사가 심한 데다 물길까지 생겨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 이 역시 수색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빗속에서 작업하는 일부터가 위험한데, 경사로에 진흙, 미끄러운 산길 등이 겹쳐 수색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집이 떠내려가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는 이재민들 역시 애가 끓는다. 김춘자(64)씨는 “집이 떠내려간 것과 가족 잃은 건 비교할 수 없지만, 수색이 늦어지니 우리 집은 언제 복구될까, 집에 돌아갈 수는 있을까 걱정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날 수색 작업에는 해병대도 동원됐다. 해병 1사단은 예천 회룡포 일대에 상륙돌격장갑차(KAAV) 3대를 투입했다. 하천에서 휩쓸려 떠내려 온 실종자 3명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날 오후 예천군에서 실종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번 호우 피해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41명에서 44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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