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앞 대통령의 ‘공감 부족’…여야 막론한 쓴소리 빗발
사과는 없이 ‘카르텔’ 지적만
유승민 “무한 책임은 안 보여”
이준석 “정치적 용어 왜 섞나”
작년 폭우·이태원 참사 때도
피해자 고려 없는 말로 구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재난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망·실종자가 50명에 이르는데, 정부 최고책임자로서 사과도 없이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고 수재민을 만난 현장에서 산사태를 가볍게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과에 인색하고 남 탓만 하는 대통령”(유승민 전 의원), “공감 능력이 제로”(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 쓴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도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사과 없이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라”고 질타성 발언을 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사과를 먼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작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이 말에 공감과 배려,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한책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과에 너무나 인색하고 남 탓만 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전날 중대본 발언은) 국민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면서 “‘책임을 통감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드린다’는 소박한 말마저 우리 국민에겐 사치인 모양”이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는 여권 핵심 인사들을 두고 “언제부터 재난 상황에 정부가 책임에 답하지 않고 책임을 묻는 주체가 됐나”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에 대해서도 유 전 의원은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은 이 참사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일갈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또한 SNS에서 “카르텔은 정치적 용어이고, 수해 복구는 절박한 현안인데 둘을 엮는 것은 오류”라며 “이 메시지를 조언한 참모는 면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 방문에서 “해외에서 처음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산들이 좀 무너져 민가를 덮친 모양’으로 생각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때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왜 못 구하냐’ 그런 거하고 똑같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같이 공감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했다. 용 의원도 “윤 대통령이 ‘산이 무너져 민가를 덮친 모양’ 망언으로 ‘강 건너 물 구경’한 게 들통났다”며 “집 잃고 가족 잃은 국민의 마음을 살피긴커녕 재난의 심각성조차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재해 현장에서 공감 부족으로 지적받은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8월 폭우로 반지하 사망 사고가 일어난 서울 신림동에서 “여기 있는 분들은 어떻게 대피가 안 됐나 보네”라고 말해 책임자가 아니라 관찰자 시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튿날 사고 현장에서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여기서 그렇게 다 죽었다는 거지?” 등 발언으로 담당 검사가 현장에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조미덥·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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