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디즈니 이어 괴물뱀과 싸우는 디샌티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빅 사이프레스 국립자연보호구역에서 몸길이 5.79m, 몸무게 57㎏짜리 버마비단뱀 암컷이 포획돼 살처분됐다. 지금까지 플로리다에서 잡힌 버마비단뱀 중 몸길이가 가장 길다. 현지 언론들은 이 뱀을 잡은 스물두 살의 땅꾼 제이크 월러리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처럼 플로리다에서는 초대형 버마비단뱀 박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잡힌 뱀은 작년 6월 잡힌 몸길
이 5.48m짜리 암컷(97㎏)의 역대 최고 체중 기록에는 미치지 못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인 버마비단뱀은 1980년대 애완동물로 길러지던 것이 생태공원으로 유명한 에버글레이즈 습지 등에 버려진 뒤 야생화하면서 플로리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고 포식자가 됐다. 사슴·거북 등의 씨를 말리고 있고, 토종 동물 중 최고 포식자였던 악어도 이 뱀이 즐겨 찾는 먹잇감이다. 주 당국이 버마비단뱀의 박멸을 적극 독려하면서 아마추어 지역민부터 노련한 프로까지 미국의 땅꾼들이 플로리다로 집결하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내년 대선 공화당 주요 대권 주자 가운데 한 명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있다. 공화당 내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진보의 아이콘 월트 디즈니와 충돌하며 ‘보수의 차기 지도자’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는 그가 플로리다 주 내정(內政) 중 공들이는 또 다른 분야가 버마비단뱀 박멸이다. 플로리다 주지사실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에버글레이즈에서 잡힌 버마비단뱀 1만8000여 마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디샌티스가 주지사에 취임한 2019년 1월 이후에 잡혔다.
주지사 취임 전 플로리다에서 검사와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디샌티스는 외래종인 버마비단뱀의 지역 생태계 파괴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2013년 프로·아마추어 땅꾼들이 참가하는 뱀사냥 대회인 ‘버마비단뱀 챌린지’를 신설했는데, 디샌티스가 취임하면서 주 차원의 대규모 행사로 격상되고 있다. 올해 챌린지는 총상금 3만 달러(약 3700만원)가 걸렸다. 가장 큰 뱀을 잡은 그랑프리 수상자는 1만달러를 챙기게 된다. 디샌티스는 지난 5월 올해 챌린지 참가 등록 시작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취임 첫날부터 우리의 보물 같은 생태계에 해악을 끼치는 버마비단뱀을 박멸해 에버글레이즈를 복원하는 것을 최우선시해 왔다”고 말했다.
사냥대회와 별개로 사우스플로리다 수자원국에서는 공공근로 형태로 땅꾼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정기적인 시급과 별도로 잡은 버마비단뱀이 4피트(약 121㎝)가 넘으면 50달러(약 6만3000원)의 특별수당을 지급하고, 1피트가 넘을 때마다 추가로 25달러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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